타인의 친절이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준 적이 있는가? 나는 유독 이 도시에서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내게 따뜻한 커피, 차, 코코아를 내어 주고, 방에만 콕 박혀 있는 나를 끄집어내어 조촐한 파티를 열고, 추수감사절이라는 낯선 기념일에 편지를 건넨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마음을 많이 받았다. 이방인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우리는 이웃, 친구, 동료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관계를 맺는다.
한 번은 Hudson Yards에 있는 H&M에 겁에 질린 채 방문한 적이 있다. 며칠 전에 샀던 옷을 다른 옷으로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이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산대로 향했겠지만, 나는 교환할 옷을 고른 채 계산대 주변을 서성이면서 내가 할 말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했다. 처음이라 무서웠다. '동양인 여자 애가 교환을 한다고? 너 교환 왜 하는데?'와 같은 날카로운 시선을 상상하며 줄을 섰다. 차례가 돼서 직원 앞으로 갔다. 나보다 2.5배는 덩치가 큰 흑인 여성이 서 있다. 화려한 액세서리와 도톰한 입술이 부각돼 보인다. 나는 이전에 구매했던 니트와 영수증을 꺼내며 소심하게 말을 뱉는다.
"이 니트를 블랙 원피스랑 교환하려고요.."
그러자 그녀는 긴 손톱으로 내가 건넨 영수증과 옷을 집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치, 이 니트보단 블랙 원피스가 더 예쁘지?"
나는 그녀의 친절에 당황한다. 그녀는 웃으며 몇 마디 더 건네고서는 Sweetheard라는 포근한 애칭으로 문장을 마무리한다. 이윽고 나의 마음이 녹아내린다. Thank you라는 나의 인사가 얼마나 진심인지 그녀는 모를 것이다.
뉴욕을 채우는 친절을 몸으로 습득하면서 나는 타인에게 친절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잠시 둔갑하곤 했다. 내가 받은 친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면 되는 거였다. 친절은 거창하지 않았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기, 인사 건네기, 웃으며 대하기. 한국에 돌아와 보니 나는 어느 순간 다시 타인에게 관심 없는, 쌀쌀맞은 사람이 되었다. 보고 느끼는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으며 언젠가 받은 따스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의식하고 또 의식한다. 따끈따끈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