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al Park

by 쥬링

그날은 유난히 우울을 머금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결국 내가 좋아하는 공원으로 향했다. 초록 대지와 평온이 깃든 공간. 무엇보다 그날은 노래가 부르고 싶었다. 내 우울의 정점을 찍어줄 잔잔한 노래, 이를 테면 "아이유-마음을 드려요"와 같은 곡(어렴풋이 들어본 곡인데 얼마 전 뉴욕에서 만난 N이 그 곡을 좋아한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원이 딱이었다.


나는 5 Av/59 St 역에서 내려 센트럴파크 공원으로 들어섰다. 마차를 타고 관광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라이더들의 소란스러움을 지나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는 곳으로 진입하기까지 20여 분을 걸었다. 나는 겨울을 준비하는 근사한 나무가 보이는 널찍한 잔디밭 언덕을 발견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 주변에 있는 빈티지샵에서 산 랄프로렌 케이프를 두르고 서울에서 가져온 핑크색 귀도리로 머리를 감쌌지만, 바닥에 앉았을 때 땅이 주는 온도는 차가웠다. 낙엽이 쌓이고 습기가 찼는지 촉촉하기도 해서 결국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제 본격적인 흥의 시작이다.


고프로를 세워 두고 부르고 싶던 노래는 유튜브에 노래방 mr을 검색해서 모조리 부르고 있던 때, 강아지를 데려온 두 남녀가 잔디밭에 등장했다. 그들은 오늘 처음 본 사이인 듯했고 목줄 없이 사방을 말처럼 뛰는 강아지 두 마리는 너무나 순했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의 존재를 확인만 했다. 어차피 멀어서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릴 것 같아서 나는 그대로 노래를 불렀다.

저 멀리 있던 골든 레트리버가 어느 순간 내 곁으로 왔다. 내게 관심이 있는지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킁킁대기 시작했다. 멀찍이 있던 견주가 한참 다른 견주와 수다를 떨다가 강아지를 보고서는 이름을 부른다.

"데이지!"

아, 이 친구 이름이 데이지구나. 나는 데이지의 따뜻한 관심에 온 마음이 녹아내린다. 얼굴을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만질수록 더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걸 본 견주가 데이지를 데려가기 위해 내쪽으로 왔다. 그녀는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데이지가 카메라를 좋아해요~"

자리를 떠나기 전, 그녀는 by the way라고 말하며 나의 목소리를 칭찬했다. 노래를 전공하냐고, 우연히 들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예쁘다고, 이쪽(잔디밭)은 강아지가 많이 오는 곳이라고. 짧은 대화를 끝으로 나는 그들과 헤어졌다.


블루 blue라는 감정은 나를 자극한다. 나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게 된다. 공원 가기, 노래 부르기, 시집 읽기, 맛있는 것 먹기... 예상치 못한 순간으로 인해 힘을 얻기도 한다. 오늘 데이지가 먼저 다가와 준 것처럼. 나는 지독히 외롭게 홀로서기를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난다. 낙엽이 지고 겨울을 지나 또다시 꽃을 피우는 봄이 오듯.


나는 청설모가 밀집한 잔디밭 근처에 서서 청설모 무리의 경쾌한 발걸음을 보았다. 잔디밭에 떨어져 있는 손톱만 한 도토리를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본다. 작고 소중한 도토리로 오늘을 기억하기로 한다.

스크린샷 2023-12-09 오후 10.22.53.png 데이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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