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 칸의 따스함, 공간으로부터 오는 안전함.
타지에서 머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든든한 힘이 주어진다. 집을 구하지 못해 며칠을 골골대며 하루종일 와이파이 근처에서 벗어날 수 없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계약이 거의 성사될 뻔했는데 타인이 기회를 먼저 선점할 때면 그랬다. 그저 부모님이 일궈둔 집에만 살아봤던 어린아이였기에 결핍으로부터 오는 초조와 불안을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30여 년을 뉴욕에서 살다 온 삼촌은 치안이 좋은 동네로 집을 구하라는 조언을 몇 번이고 강조하셨다. 그리하여 나의 첫 집은 롱 아일랜드 시티(LIC)로 선택되었다.
방 한 칸, 한 달 월세 250만 원.
내가 생각하는 예산에서 약 500불 정도 초과되는 집이었지만 비싼 만큼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고 매물도 없었던 지라, 사실 이마저도 감사했다. 내가 선택한 동네는 롱아일랜드시티(LIC). 이 동네는 맨해튼에서 N 혹은 Q라인과 다리 하나 건너로 연결된 곳으로, 재개발이 한창 이루어지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오는 추세라 값이 비싼 동네다. 내가 사는 건물에는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내 방에는 큰 창이 있는데, 아침이고 저녁이고 34층에서 매일 스카이뷰를 볼 수 있다. 여닫이로 된 창문은 한 뼘도 안 되게 열리지만 환기는 기가 막히게 잘 된다. 맨해튼의 하늘에 떠오르는 맑은 태양과 홍시처럼 익어가는 노을과 짙푸른 밤하늘을 채우는 달과 별의 향연을 창문 너머로 보고 있을 때면, 나의 렌트비가 꼭 비싼 것만은 아님을 느낀다.
해외 생활을 할 때면 삶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전투 본능이 일어나지만, 그 안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이러한 삶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나의 성장을 응원한다. 매 순간에 깨어있고, 선택에 늘 진심이며, 실수하더라고 후회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간다. 아프고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분명해서 이 삶이 계속되길 염원할 때도 있다. 뒤돌아보면 떠올리는 것들이 죄다 좋은 기억뿐이라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