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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Oct 25. 2024

듣기와 말하기

잘 듣고 말하고 산다.

 난 말이 없다. 말을 조리 있게 못 한다. 재밌지 않고 지루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말할수록 에너지를 쓴다. 원래 텐션이 낮다. 말하면 더 떨어진다. 실수할까 봐 말을 아낀다. 말이 많은 날은 후회한다. 난 조용하다.

 말이 유창한 사람이 부럽다. 유머러스한 재능을 갖고 싶다. 논리적으로 말하고 싶다. 순발력이 있으면 좋겠다. 센스 있게 대응하고 싶다. 말하기도 기술이다. 말하기 능력이 있으면 이득이다. 말 잘하고 싶다.

 주로 난 듣는다. 말 못 한 시간을 듣기로 채운다. 경청한다. 말하는 모습을 본다. 그 사람에 집중한다. 쓰는 단어를 곱씹는다. 말하는 이유를 추측한다. 속마음을 알려한다. 감정을 느끼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한다. 어떤 때는 너무 몰입한다. 상대방보다 더 감정에 매몰된다.

 어떤 대화는 겉돌 때가 있다. A를 이야기하면 A'를 답 해야 한다. B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중에 C, D, … 까지 나온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대화가 오래 못 간다.

 안 들어서 그렇다. 자기 말만 한다. 말하고 싶어 못 견딘다. 말 끝나면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끊고 끼어든다. 계속하고 싶은 말만 한다. 이야기 흐름이 없다. 맥이 끊긴다. 억지로 이어 본다. 다시 끊는다. 결국 붙이지 못한다. 대화가 끝난다. 무슨 말했는지 둘 다 모른다.

 듣기도 중요하다. 말하기와 듣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잘 들어야 다시 잘 말할 수 있다. 잘 말해야 다시 들을 수 있다. 둘 중 하나만 하면 대화가 깨진다. 각자 소리가 휘발된다. 아무 말 대잔치가 된다.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힘만 빠진다.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장으로 발전한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인 생각만 맞다. 그 외는 틀렸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승리에 도취된다. 변화할 기회를 놓친다. 한 가지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간다. 상대방을 알지 못한다. 자꾸 부딪힌다. 섞이기 힘들다.

 듣기도 능력이다. 말하기만큼 연습이 필요하다. 듣는 건 인내가 필요하다. 상대방 말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들으면서 기억해야 한다. 두뇌가 활발히 움직인다. 내 말과 상대방 말에 교차가 일어난다. 무엇이 같고 다른지 탐색한다. 상대방 뉘앙스, 제스처 등을 캐취 해야 한다. 듣는 과정은 꽤나 복잡하다. 쉽지 않다.

 잘 안 쓰면 녹슨다. 퇴화한다. 사용법을 잊는다. 번거롭지만 계속 써야 한다. 그래야 광이 난다. 기능을 잘한다.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다. 듣고 말하기를 훈련한다.

 계속 잘 듣고 싶다. 잘 말하고 싶다. 내 생각을 잘 전달하고 싶다. 상대방도 이해하고 싶다. 그래야지 다 같이 잘 지낸다. 나도 좋고 다른 사람도 좋다. 이기고만 싶지 않다. 난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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