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들

가장 좋아하는 표정이 뭐예요?

by 백나무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표정은 사람들의 감동한 모습이다. 미세한 떨림이 내게도 전달되어 비슷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한 창 빠져있던 음악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도 그런 이유로 시청을 했었다. 비록 나는 우리 집 안방에 있지만 화면 속의 관객과 화면 밖의 나는 비슷한 표정으로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인 느낌이었다.







인간은 상대의 표정을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눈썹의 높낮이, 동공의 크기, 광대뼈의 솟음, 입꼬리의 위치 등 다량의 정보가 인간의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단숨에 화남, 기쁨, 난처, 두려움, 환희 등의 결과치로 환산된다.



나는 일할 때 내가 전달하는 바를 이해했는지 가늠하려고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찌푸려진 미간은 추가 설명이 필요함을 암시하고 반쯤 감긴 눈꺼풀은 "저 친구가 오늘은 피로한가 보다."라는 추측을 일으킨다. 사석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 얘기를 주의 깊게 듣는지 혹시 지루해 하진 않는지 표정 하나로 판단이 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능력치가 감소했음을 느낀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린 탓에 복합정보의 환산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해석이 가능해졌다.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쭉 둘러본 일이 있다. 머리 스타일, 성별, 옷차림이 모두 달랐음에도 단지 마스크를 모두 썼다는 이유로 똑같은 표정을 한 것 같았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 내린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가끔은 모르는 사람의 흐뭇한 웃음을 보며 덩달아 미소를 지었는데 요즘 그런 일은 만무하다. 입력된 표정 데이터가 확연히 줄어서 일까, 나 역시 그들의 표정이 뜻하는 진짜 기분, 사정, 상황에 대해 무관심해진 것 같다.



읽을 수 없으니, 읽지 않게 되었다. 공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던 상대의 상황은 마스크를 뛰어넘는 공을 들여야만 가능해졌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의 다채로운 표정을 보고 싶다. 모바일, 스크린을 통해서야 볼 수 있는 2차원의 표정 말고, 미세한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3차원의 실제 표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