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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희 Dec 03. 2021

나에게도 한턱 낼 일이 생겼다

 브런치란 세계를 처음 접한 것은 3년 전 조금 이른 무렵이었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영화평을 찾아 이러저리 옮겨 다니며 즐겨 읽던 중에 브런치를 만났다. 참으로 새로웠다. 그리고 놀라웠다. 20~30대의 글이었는데 ‘이렇게 참신한 글들을, 그리고 잘 쓰기까지 하네’.

 그러면서 잊고 있던 나의 20대 글쓰기가 아련하게 마치 ‘카바티나’의 음률처럼 쓸쓸하면서도 따뜻하게 왔다. 오래전 누런 원고지 속 글을 찾아 읽으려니 그때의 감수성을 지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쓸쓸했지만 자극은 충분히 주었다. 그런데 지금 따라갈 수 없다 한 감수성이 잠깐 사랑스러웠던 이유는 뭘까.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는 못해도 등록만으로 만족하고 꾸준히 새로운 글과 관심작가의 글을 구독하며 읽는 동안 울고 웃으며 행복했다. 연재소설을 기다리듯 애틋하고 궁금한 작가도 있었고 꿈꾸는 의사의 글을 읽을 때는 아프면 찾아가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나면 금방 나을 것도 같았다. 힘든 이의 글에는 무한한 위로를 보내고는 했다. 이곳저곳 여행하는 이의 글에서는 또한 대리만족이 충분해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후다닥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어 내려갔다. 

 다양한 직업군과 무엇보다 세계 여러 곳에서 수없이 글을 보내는 작가들의 이야기에는 강한 힘이 넘쳤다. 그것이 곤곤하고 고단한 생활에 참 많은 격려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들 덕분이었을까. 작가가 되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가. ‘나도 될 수 있을까? 쓸 수 있을까?’ 하면서. 어쩌면 목말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혹은 누군가에게 서랍 속 모아두었던 글을 내보이고 싶어 했던 것에.

 그러던 차에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좋은 소식이 꿈결처럼 왔다. “브런치 자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한 줄의 축하 글에서 그동안 읽었던 작가들의 글이 한순간 떠올랐다. 내 글이 읽히기는 할까? 재미는 있을까? 어떤 느낌으로 그들에게 갈까. 톡 쏘는 글은 아닌데. 그래도 담담히 써 볼 생각이다. 따뜻한 슬픔이 어딘가에 있을 글이다. 

 늦지 않게 글을 올리고 싶어 분주히 며칠을 늦은 시간까지 노트북에 매달려 뒤적이는데 올리는 방법을 도무지 터득할 수가 없다. 어떻게 알아봐야 하나. 주변에 이런 일에 능숙한 이도 없다. 서서히 조급증이 나면서 잘못될까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웹 이용에 무지해 이러다 기회를 잃는다면 정말 바보다. 무엇을 다운 받아라, 그러고 나면 다시 제자리. 글쓰기로 들어갈 수가 없다. 평소 쇼핑 웹 하나 없는 나로서는 당연하다. 

  마침내 멀리 나가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설명만으로 이해력이 부족해 결국은 어려운 걸음을 곧 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이렇게 좋다. 

나도 한 턱 낼 일이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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