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힘든 순간은 반드시 온다.
조직의 문제든, 상사, 동료 등과의 사람 문제든, 업무 문제든 간에 크고 작은 문제는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견디기 힘든 순간이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황을 종료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퇴직 말고는 없을 때, 고민은 깊어진다.
퇴직을 결심하기 위한 근본적인 물음은 이것이다.
나는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행복은 부유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생활수준(긍정심리학에 따르면 대략 연 6천만원 수준)을 만족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연구결과를 보면 행복(심리적 안녕감)의 조건으로 6가지를 들고 있다. 자율성(autonomy), 환경 지배력(environmental mastery), 개인의 성장(personal growth),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positive relations with other), 삶의 목적(purpose in life), 자기 수용(self-acceptance) 등
그렇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행복을 위한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까?
물론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직책자가 된다면 대부분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직위가 높아질수록 일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원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임원까지 올라가지 못한 채 직장생활을 마친다.
그렇다면 임원이 아닌 직장인은 모두 불행한가? 그렇지는 않다. 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은 각각 다르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 속에서 주어진 일을 할 때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유형을 구분해보자.
1.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2.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만 사람들과 관계가 나쁜 경우
3. 일이 불만족스럽지만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4. 일도 불만족스럽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쁜 경우
위의 행복의 6가지 조건과 비교해보면 삶의 목적과 자기 수용은 엄밀히 말하면 일과 관계 측면과는 거리가 있다. 자율성, 환경 지배력, 개인의 성장은 일에 대한 만족감과 연관이 있으며,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는 당연히 관계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면 유형별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
일단 4번은 무조건 퇴직을 해야 한다. 직장에서 어떤 행복도 느낄 수 없는 상태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직을 하든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직장에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3번은 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일에 대한 만족감은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적당한 수준의 난이도와 자율성이다. 난이도가 낮다면 개인의 성장에 부정적이며, 자율성이 낮다면 그 자체로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다.
난이도는 개인별 편차가 심하고 보상 수준과도 연관되어 있어 객관화하기 어렵다. 반면 자율성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수준은 회사의 기업문화와 어떤 상사와 일하느냐에 달렸다. 만약 경직된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상명하복을 우선시하는 상사를 만났다면 일에서 만족감을 얻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2번은 퇴직보다 버티는 것이 낫다. 일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면 개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성과를 성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성과는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번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위의 3번, 또는 4번에 해당하는 상황에 있다고 판단했을 때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그다음은 소득에 대한 판단이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어도 당장의 소득을 포기할 수 없다면, 퇴직 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면, 단기간 내에 퇴직을 결정할 수는 없다. 결국 퇴직에 대한 고민은 소득에 대한 고민이며, 이는 회사를 다니며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삶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고민을 통해 조직을 벗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면 자신에게 3번, 또는 4번 상황을 겪게 만든 회사나, 상사가 고마워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