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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군 Dec 15. 2016

라라랜드

LA를 향해 가는 길이 꽉 막혀 있다.  도로에 갇힌 자동차들의 열기가 갑갑하게 느껴질 무렵 차 안에서 청춘들이 도로로 뛰어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자동차 지붕 위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듯 뛰는 젊은이들의 몸놀림이 경쾌하다. 목적지로 가는 길은 답답할 정도로 느리지만 그곳에 가려는 청년들의 열정과 희망은 길 위를 천연색으로 물들인다.



한 남자가 있다. 여자에게 경적을 울려대는 남자는 별빛의 도시에서 마음껏 재즈를 연주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한 여자가 있다. 남자의 꿈에 이름을 붙여주는 여자는 무대 위의 삶을 꿈꾼다.


둘은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상대의 열망 어린 모습에 끌린다.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얇은 넥타이를 한 남자는 새벽빛으로 물든 도시에서 탭댄스를 춘다.


사랑을 위해, 현실을 위해 꿈을 비껴간 남자는 원래의 꿈을 일깨워주는 여자에게 독설을 내뱉는다. 남자의 경적소리에 여자는 꿈을 이룰 기회를 잡지만 그대로 남자를 남겨놓고 꿈을 위해 달려간다. 그들은 빈손일 때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지만 꿈을 움켜쥐려는 순간 서로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꿈은 현실에, 현실은 사랑에, 사랑은 꿈에 맞물리고 스러진다. 묘한 삼각관계가 이루는 서사는 평범하지만 영화는 마지막 5분, 마법을 부린다. 한 시간 반이 넘는 서사는 마지막 5분을 위해 겹겹이 쌓인 배경이 된다.


꿈은 이루어졌다. 사랑은 추억으로 되살아나 남자의 피아노 선율에 실려 꿈으로 상영된다. 영화는 아름답고 음악은 꿈의 결을 선연하게 드러낸다. 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이제 영화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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