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하나 못 사는 삶

노동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문장: 먼지 털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일 자체의 부정할 수 없는 논리 정연함과 일종의 준엄한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출처: 107쪽 중에서


(AI) 생각 한 줄 요약: 수세미 하나 못 사는 삶, 현실감 있게 다가온 절망.




생각: 『노동의 배신』은 작가가 3년간 경험한 저소득층의 삶을 기록한 르포르타주입니다. 웨이트리스, 집 청소업체, 월마트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체험한 경제생활은 물론, 모텔 거주를 포함한 불안정한 주거생활, 푸드뱅크에 의존하는 식생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건강 문제를 생생히 담아냅니다. 치아 치료를 포기하거나, 출근 문제로 정형외과적 부상을 방치하는 동료들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해당 책은 2000년대 닷컴버블 이후 경제 호황기에 집필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일하면서 가난할 수밖에 없는 미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드러냅니다. 후기에선 그로부터 10년 뒤 경제적으로 악화한 동료들의 삶을 전하며, 축소된 복지와 달라지지 않은 불평등 구조를 거침없이 비판합니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2008), 최근 발생한 미국 건강보험사 CEO 피격 사건(2024)처럼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미국에서 생활이 쉽지 않음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배신』에서 보여준 미국의 생활은 말 그대로 고달픔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체험이 닷컴버블 시기 경제적 활황기여서 경제적 양극화의 깊이를 체감하게 했습니다.


저자는 경제적 고달픔에서 더 나아가 (감독관 앞에서의) 소변검사, (답이 정해진) 적성검사에선 수치심을 느꼈다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암담함을 느낀 문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갑을 집에 두고 온 터였고 우리 네 명이 가진 돈을 다 합쳐도 2달러가 안 됐다.”


주인공이 집 청소업체에 근무하며 주인공의 소속 팀이 수세미를 두고 나왔는데, 아무도 현금이 없어 수세미를 사기 어려웠다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해당 문장 앞에는 동료가 무료로 사랑니를 뽑을 치과를 찾는다는 문장이 있어 절망감은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대학교에 다닐 때 선배로부터 선물 받은 책입니다. 해당 책을 선물한 이유는 따로 묻지 않았지만, 해외 교환학생 경험으로 우리나라 사회복지 정책의 중요성을 느껴보라는 마음이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책을 선물 받고 몇 장 읽었을 땐 사회과학 서적 특유의 묵직한 아우라에 기가 눌려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선물한 이유를 짐작할 정도로 경험이 쌓인 덕분인지 비교적 쉽게 읽힌 듯합니다.


얼마 전, 아침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청소하러 오신 청소부 선생님이 “지금 아니면 청소할 시간이 없다”라고 연신 사과하며 들어오셨습니다. 저는 깨끗이 사용했다고 웃어넘겼지만, 그분을 포함한 청소부 분들의 휴게실이 각 층 비상계단 앞 의자란 사실을 알면 알기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물론, 근무 시간이 새벽과 아침이라는 걸 고려하면 별도 휴게실을 만들기 어려운 현실도 충분히 이해됩니다.(이미 마련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부 선생님의 모습은 『노동의 배신』 속 등장인물과 겹쳐져 제가 마주한 현실을 돌아보았습니다.


최근 SNS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게시물이 떠오릅니다. 나이 별로 없는 요소를 정리한 그림입니다. 10대에는 철이 없고 20대에는 답이 없다는 식입니다. 50대에는 일이 없고, 60대에는 낙이 없다는 현실적인 내용을 보며 단지 유머로 받아들이고 웃음으로 넘기긴 어려웠습니다. 아직 답이 없는 단계인 제게 장래를 낙관할 수 없는 현실은 더 잔혹하게 다가옵니다. 『노동의 배신』도 결코 남의 얘기가 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작성일: 20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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