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즐리 Apr 29. 2020

대학원 시절, 내가 부린 유일한 사치

통번역 대학원 재학 시절을 되돌아보며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호주에서 마쳐야 하다 보니 학비뿐만 아니라 기숙사비,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해서 

상당한 돈이 필요했다. 대학 졸업 후 약 3년간 일반 사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모아뒀던 돈으로 호주에서의 한 학기를 지내기로 계획을 하고 왔는데, 그 돈이 아주 빠듯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기숙사를 쓰게 된 친한 동기 2명도 같은 사정이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부터 친분이 있었기에 같은 기숙사 유닛에서 생활하는데 트러블 따위는 한 번도 없었다. 셋이 같이 버스 타고 근처 쇼핑센터로 가서 장을 보고, 장 바구니를 바리바리 들고 다시 버스 타고 돌아와서 기숙사에서 저녁을 해 먹는 나날이었다. 


그때 당시 한 친구가 기혼 생활 n년 차라 저녁 식사를 다채롭게 만들어줬었고, 나머지 미혼이었던 2명이 설거지나 정리 등등을 담당하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빵으로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점심 도시락을 싸가기도 했었는데, 나중에는 그냥 학교 식당에서 사 먹었다. 


같이 장을 보러 가서는 공동 경비로는 대부분 저녁 찬거리나, 아침에 먹을 시리얼, 과일, 디저트 등을 샀고, 개인 경비로 각자 사고 싶은 것을 샀다. 3명 각자 자신들의 여분의 돈을 쓰는 물품이 각각 달랐다. 


각자의 우선순위 


일단 나는 항상 생수를 구입해서 물을 마셨다. 다른 건 몰라도 수돗물을 마시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부린 유일한 사치라면 사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생수를 매번 사서 마셨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생수를 사 먹고, 다른 한 명은 한국에서 가져온 정수기로 수돗물을 정수해서 마셨다. 대신 그 친구는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대신 커피를 매일 마시지 않아도 괜찮은 스타일이어서 커피값에서 내 지출을 줄여나갔다.


또 다른 한 명은 흡연자였는데 호주의 담배값은 정말 비쌌다. 한 갑에 거의 만원 정도였으니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그 친구는 에너자이저 음료수도 매일 1캔씩 마셔야 했기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그 친구는 그냥 수돗물을 마셨었다. 

포기할 수 없는 한 두 가지를 누리기 위해서는 덜 중요한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삶의 진리이니..


같은 공부를 하러 같이 호주에 온 친구들이었지만, 각자가 생각하기에 돈을 쓰는 우선순위가 달랐고

우리 셋 다 모두 모든 걸 누릴 수 없었기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부분들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 한 통도 사치였지


호주는 한국에 비해 청포도 가격이 저렴해서 청포도도 종종 사 먹었다. 

더 자주 사 먹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또 동기 친구 중 한 명의 친구가 잠깐 호주에 여행을 왔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친구가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사 왔는데 그 아이스크림이 어찌나 맛있던지!!

호주에서는 그런 통 아이스크림은 비싸서 사 먹을 생각을 못했는데, 그때 그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다. 그래서 동기들과 만나면 지금도 가끔 그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이제는 나도 동기들도 모두 아이스크림 한 통 정도는 통장 잔액을 생각하지 않아도 사 먹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조만간 동기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로 통역을 가는데, 통역 끝나고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 한 통 사들고 동기와 한 잔 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