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청소년 심리와 저널테라피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다.
눈물이 뚝뚝 흐르는데 나는 웃고 있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일부러 오버해서 웃지만
요즘 몸과 마음이 지쳐서인지
행복한 때가 거의 없는 것 같다.
한 아이가 자기 자화상을 그린 후 이렇게 설명했다. 행복한 때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나는 이 자화상을 보고 또 보았다.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만난 많은 아이들이 우울하고 불안했다. 심지어 죽고 싶다고 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몇 번이나 옥상에 올라가곤 한다는 말을 담담하게 하는 아이도 있다.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려다 용기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며 우는 아이도 있다. 자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마음이 아파서 자신 안에 있는 빛을 지워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많은 학자들이 저널테라피가 심리상담 및 정신건강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심리적 측면에서 청소년에게 왜 저널테라피가 필요한지 이해하기 위해 학자들의 의견을 먼저 간단하게 살펴 보자.
미국 저널치료센터 소장인 애덤스Adams는 자신의 저널을 ‘이천 원짜리 치료사’라고 불렀다. 단돈 이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스프링노트에 적은 저널이 얼마나 강력한 치료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였다. 애덤스가 말한 저널테라피의 다양한 유익함 중에 정서적 치유, 관계 회복, 의사소통, 건강한 자존감, 삶에 대해 더 나은 관점, 삶의 명확한 목표 등은 청소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리학자 페니베이커Pennebaker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치료적 도구가 글쓰기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글쓰기의 효과에 대해 연구해온 결과, 20년이 지나서야 글쓰기의 잠재적 영향력을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글쓰기의 효과를 세 영역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생물학적 효과로 면역기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의학적 건강 표지들이 나타나며 생리학적 스트레스 지표가 낮아졌다. 심리학적 효과로 글을 쓴 직후 글쓴이의 기분이 변화되는 즉각적 효과와 글쓰기 전보다 더 행복하고 부정적 감정을 덜 느끼는 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육체적·정신적 건강 뿐만 아니라 행동양식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학교 또는 직장에서의 업무수행과 사회생활의 문제 처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페니베이커의 연구결과가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저널테라피를 할 수 있었다.
시워드Seaward는 저널 쓰기가 정신적, 영적 효과만이 아니라 육체적 효과도 가져옴을 강조하면서 저널 쓰기를 깊은 내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법으로 소개하였다. 하버Haber도 저널쓰기가 스트레스 관리와 개인적 성장에 인기 있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코미나스Kominars는 그 자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에 너무나 오랫동안 시달리던 중 규칙적으로 일기를 써보라는 통증클리닉 전문의의 권유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치유를 경험하였다. 그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치유의 글쓰기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한 결과, 글쓰기가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통합적으로 내담자에게 많은 유익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이 저널테라피는 많은 유익을 제공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전인적 정신건강을 위한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 오른쪽 이미지 <청소년 심리>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청소년들은 자존감, 학업, 진로, 대인관계 등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불안이나 우울이 심각한 청소년은 물론이요, 청소년기 발달적 단계에 있는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할 수 있다. 저널테라피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수월하다. 다음은 저널테라피를 경험한 아이들 소감의 일부이다.
◦조금씩 나의 내면에 있는 감정들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에 대해서 새로운 면도 발견하게 되고 내가 합리화하면서 회피하려고 내면에 묻어두었던 것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믿게 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쓰면서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내 모습에 기뻤다.
◦너무 예민해지고 걱정 많아지고 정말정말 말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너무 괴로웠습니다. 근데 저널을 쓰고 나면 신기하게도 너무 개운했습니다. 저널은 저의 숨구멍이었고 꿈을 키워주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성장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너무 행복했고 좋았습니다. 정말정말 진심입니다.
◦비교적 상처받는 일이 많아서 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끙끙 앓은 적이 많은데 이젠 좀 알 것 같다.
◦저널을 쓰면서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이 매우 도움이 크다는 것을 알았고 그로 인해 치유가 되어 집에 가면 항상 행복했다.
◦처음 시작할 때 많이 힘들고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이걸 하면서 점점 불안감보다 해낼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많이 생겼고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됐고 마음도 안정되었다.
◦저널을 쓰기 전에는 솔직히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젠 자신감이 생기고 수능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많이 덜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조그마한 행복도 커다랗게 느껴졌고, 잃어버렸던 초심과 열정도 되찾게 되었다.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을 인정하니 정말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지금 몸상태도 좋아졌다.
◦약 10분 정도 저널을 쓰면서 지끈거리던 머리가 맑아졌다. 공부하다 지치거나 공부하기 싫은 기분이 줄어들었다. 신기하다.
아이들은 저널 쓰기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저널을 쓰면 문제가 명료하게 보인다.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게 된다. 저널을 쓴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문제를 다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널을 쓰면 자기 안에 있는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자신 안에 있는 애매모호함을 좀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선명함으로 온전함을 향해 갈 수 있다.
저널을 쓰려면 일단 말을 멈춰야 한다. 펜을 손에 잡아야 하고 시간을 내놓아 한다. 공부할 시간도 놀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 잠깐의 시간을 내놓아야 한다. 이 잠깐의 쉼이 생각의 흐름을 멈추고 명료하게 한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바라보며 정리할 힘을 얻는다. 심리적인 안정을 갖게 한다. 저널 쓰기는 자신과 소통하는 문을 열어준다. 저널 쓰기를 통해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고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를 이해하게 된다. 이 소통을 통해 타인과 세상에도 소통의 문을 열 수 있다. 마음 속 눈과 귀가 열려서 새로운 차원의 자신과 세상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저널테라피를 개인상담에 활용해 보면, 저널을 쓰기 전에는 침묵으로 버티던 아이가 저널을 쓰면서 자신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언어가 새로운 통찰과 문제해결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널테라피는 헝클어진 내면의 실타래를 풀어준다. 자기 안에 어떤 좋은 것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불안으로 휘저어 놓은 내면을 정돈해 준다. 평온해진 자기 안에서 자신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