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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희 Nov 05. 2024

Ⅲ부-1. 마음 비유 저널 1)

3분 저널로 마음 만나기

마음이란 무엇일까?     

 

‘요즈음 마음이 어때?’

상담을 하러 온 아이에게 이렇게 물으면 많은 어이들이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응? 마음? 글쎄? 하는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마음이 어떠냐고 물으니, 마음 상태가 어떤지 금방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조금만 머물러 보면 대체로 감정이 떠오른다. 감정이 뭘까? 감정은 정서, 느낌, 기분을 포함한다. ‘감정’, ‘정서’, ‘느낌’, ‘기분’. 이 단어들은 보면 아래 예문처럼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감정에 포함하여 사용한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를 수 없었다.’

‘무서운 영화를 보니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은 정서가 풍부하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이러한 ‘감정’에 ‘생각’까지 담아서, 우리는 ‘마음’이라고 부른다. 마음은 감정과 생각을 담은 그릇이다. 감정이란 생각을 통해 일어나는 반응이라서 생각과 붙어있다. 사전적 의미로 정리하면, 마음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이다.       


마음 알아차림쉬운 일일까?      


남의 마음은 물론이고, 자기 마음도 잘 모를 때가 많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우울한지, 외로운지, 불안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적절한 감정 표현을 못할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에 대해 이해인 시인은 <내 마음>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화가 나고 울고 싶다가도

금방 깔깔 웃기도

좋기도 한 내 마음     

꼭 하나인 것 같으면서도

날마다 때마다     

다른 빛깔 되는 마음     

사진으로 찍어 낼 수만 있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정말 궁금한 내 마음

                              - 이해인, <내 마음> 중에서     


시(詩) <내 마음>의 내용처럼 울다가 웃다가 변화무쌍하며, 마음이 하나인 듯하다가 여러 빛깔을 띄는 게 마음이다. 청소년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다. 청소년기는 기분 변화가 심한 불안정한 시기이다. 청소년은 주로 감정 중추인 편도체로 정보를 해석하다 보니 감정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 감정대로 말하고 행동하다 보면 자기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시(詩)의 내용처럼 자기 마음을 사진으로 찍어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3분 문장완성 저널      


<마음 비유 저널>은 자기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사진으로 찍어 확인할 수 있는 저널 쓰기이다. ‘문장완성하기(Sentence Stems)’기법을 활용하여 마음을 알아차리도록 도와주는 저널이다. 포스트잇 한 장과 펜만 있으면 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2, 3분이면 쓸 수 있다. 포스트잇이나 빈 종이에 다음 문장의 A와 B를 채워서 문장을 완성하면 된다.              

        

 “요즈음 내 마음은 ( A )와/과 같다. 왜냐하면 ( B )”


자기 마음을 사물이나 상황에 연결하여 A에 쓰고, 그 이유를 B에 쓰면 된다. 문학 작품에서는 A를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부른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유사한 객체를 찾으려 하다 보면 자기 마음에 초점을 맞춰 집중할 수 있다. 두리뭉실한 마음이 비유를 통해 구체성을 띄게 된다. 마음을 찰칵 찍어보는 저널이다. 과연 마음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마음 비유 저널 사례    

 

다음 저널을 보면, 이 저널을 어떻게 쓰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B에 세 문장 이상으로 쓴 저널이다.      


요즈음 내 마음은 (한여름에 봉선화 씨앗이 톡 터진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동안 품어오던 노력이 하나둘씩 빛을 보려고 톡톡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씨앗이 잘 여물어 씨앗주머니를 살짝만 건드려도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신이 난다. 최근 대회에 나가서 이런저런 상을 많이 탔다. 떨어진 친구들을 생각해서 티 내면 안 되는데 웃음이 절로 나온다. - 저널1     

 

저널1을 읽으면 아이의 웃는 얼굴이 그려진다. 신이 나서 웃음이 톡톡 터지는 모습,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티를 안 내고 싶은데 웃음이 절로 나는 모습이 귀엽다. 언젠가 보았을 봉선화 씨앗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과 연결시킨 저널1은 읽는 이들을 함께 즐겁게 한다. 

       

요즈음 내 마음은 (콘서트 마지막 인사)와 같다. 왜냐하면 요즈음 주위 사람들이 나를 돕고 있음에 감사하기 때문이다. 콘서트를 마치고 모든 관객에게 감사하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인사할 때 느낄 것 같은 울렁거림이랄까? 특히 마음 합해서 수행평가를 잘 마무리한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 저널2      


저널2는 감사하는 마음을 콘서트 마지막 인사에 비유하였다. 수행평가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무대 위에 서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마음이 예쁘다. 애써서 준비한 콘서트를 잘 마친 기쁨과 친구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진다. 저널2를 쓴 아이에게 이 감사와 감격은 꽤 오래 기억될 듯하다.      


요즈음 내 마음은 (13살 남자애)와 같다. 왜냐하면 그 속을 잘 알 수 없고, 말도 잘 안 듣고, 다스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좀 차분하게 앉아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 먹히질 않는다. 생각 따로 마음 따로이다. 엄마에게 잔소리라도 들으면 내 마음이 더 난리를 치는데 혼을 낼 수도 없다. 천방지축 나대는 이놈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 저널3     


저널3은 18살 고2 여학생이 썼다. 자기 마음이 13살 남자애와 같다. 엄마 속을 썩이는 13살 남자애가 어쩌면 자기 동생이나 사촌 동생일 수도 있고, 기억 속의 남자애일 수도 있다. 아무튼 자기 마음이 그 애를 닮아서, 바라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오고 대책이 안 보인다. 천방지축 나대는 이놈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놈을 바라보는 눈길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이렇게 마음을 바라보는 데에서 시작하면 된다.       


 비유의 힘     


<마음 비유 저널>로 만난 청소년들의 마음은 앞서 사례로 제시된 저널1, 2처럼 신나고 감사한 마음보다 저널3과 같이 불편한 마음이 훨씬 많다. <마음 비유 저널>은 편한 마음이든 불편한 마음이든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 마음을 수용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저널4를 한번 보자!      

요즈음 내 마음은 (삼겹살 기름 튀는 후라이팬 옆에 쭈그리고 있는 사람)과 같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기 싫지만 대학에 가야하니 인내하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돼지기름이 튀어서 앉아 있고 싶지 않지만 삼겹살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참고 있어야 한다. 이왕 기다리는 것, 앞치마라도 구해서 입어 볼까? 철퍼덕 편하게 앉아서 맛있게 먹어볼까? 차라리 내가 고기를 구워볼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 저널4   

  

저널4는 재미있다. 마음을 ‘삼겹살 굽는 기름 튀는 팬 옆에 쭈그리고 있는 사람’에 비유했다. 엉거주춤 쭈그리고 앉아 삼겹살이 구워지는 걸 바라보고 있다. 돼지기름이 여기저기 튀어서 일어나고 싶다.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얻어 먹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대학교에 가고 싶어서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하는 자신의 마음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아이는 이렇게 저널을 쓰면서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 간다. 앞치마 입기, 편하게 앉아서 먹기, 직접 고기 굽기로 비유하면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고 다짐을 한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삼겹살을 구워 맛있게 먹는 사람’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일어나고 싶은데 억지로 참으며 쭈그리고 앉아 삼겹살을 얻어 먹으려는 사람과 삼겹살을 구워 맛있게 먹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 입시 스트레스에 짓눌린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다.           


앤서니 라빈스는 비유를 ‘운명을 창조하는 기적의 힘’이라고 했다. 비유에 과연 그런 엄청난 힘이 있다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비유하여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다. 우선 비유를 활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마음 상태가 선명해진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비유로 네임밍naming 하면 이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비유 저널>은 3분 정도면 쓸 수 있는 짧은 저널이다. 마음과 연결된 사물이나 상황을 A에 쓰고, 마음을 A에 연결한 이유를 B에 쓰면 된다. B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은데 최소한 세 문장은 쓰는 게 좋다. 이 저널을 3분 저널이라고 했지만, 자기 마음을 만나기 위해 좀더 집중할 수 있도록 5분~10분 정도 할애할 수 있다. 여유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저널4처럼 스스로 처음의 비유를 바꾸며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음 비유 저널>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도록 돕는 저널이다. 한번 써보는 것만으로도 ‘아하! 내 마음이 이렇구나!’하는 통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상담 장면에서는 이 저널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함께 탐색할 수 있다. B를 확장하고 변화시키며, ‘운명을 창조하는 기적의 힘’인 비유의 힘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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