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ROTC 훈련을 함께 받았으므로
매 학기 때마다 기말이면 성적불량으로 잘려나가는 학생들이 많았다.
일반 학과목에서도 8학점 이상 걸리거나 군사학에서 학점이 미달되면 잘렸다.
요즘같이 재시험도 없었고 학점 세탁도 없었다.
전원 기숙사 샐 활을 하다 보니 끄떡하면 집합이고 기합이었다.
기합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엎드려뻗쳐, 팔 굽혀 펴기, 오리걸음, 한 손으로 총 들고 엎드려뻗쳐,
원산폭격, 허리 뒤로 굽혀 다른 사람과 손잡고 터널 만들기, 선착순 등등 부지기수였다
선착순에도 작업복 갈아입고 선착순, 군복 갈아입고 선착순, 근무복 갈아입고 선착순...
선착순에서 늦게 뛰어오는 사람은 뒤에서 세어서 몇 명은 빳다를 맞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 당했다.
기합은 일과가 끝난 저녁때에 주로 간부들이 실시하였는데 학년별로 혹은 소대별로 진행하였는데
연병장에서 간부의 입에서 "군복 선착순!"이란 명령이 떨어지면 숙사로 후다닥 뛰어 들어가서 군복으로 갈아입고 뛰어와 선착순으로 줄을 서야 했다. 어둠 속에서 급히 옷을 입다 보니 개중에는 뒤집어 입고 나오는 친구들도 간혹 있었다.
옛날 바람둥이가 딴 여자와 바람을 피운 후 팬티를 뒤집어 입고 갔다가 집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본처한테 들키는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다.
요즘 씨름이 한 물 갔지만 한 때는 인기가 상당했다.
아마 이만기가 천하장사를 할 때가 전성기였지 않나 생각된다.
그 보다 조금 전에 진주 출신 최 아무개가 뒤집기의 명수였다.
뒤집기는 서로 삽 바를 쥐고 있다가 자세를 낮추어 상대방의 배 밑으로 야금야금 파고 들어가 사타구니 앞쯤에서 알사에 일어서면서 상대를 냅다 뒤집어버리는 기술이다. 그러려면 하체가 아주 강해야 했다. 위에서 내리누르는 힘을 이겨내야 하니까 말이다. 그는 하체를 단련하기 위해서 매일 계단을 오리걸음으로 뛰어오른다고 했다. 뒤집기는 수월한 기술이 아니다.
지난 4월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밥 정치자금을 받고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뒤집기를 하려고 군불을 때고 있는 모양이다.
대법원에서 전원일치의 판결을 다시 뒤집는다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법치를 뒤집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된다. 뒤집기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뒤집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