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by 남청도

매월 1일이 되면 나는 떼어낸 지난 달의 달력을 접어서

커트 칼로 잘라서 메모지를 만든다.

뒷면이 백지로 있는 달력은 손바닥만하게 잘라 놓으면 한 달 정도는 족히 쓴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엔 종이도 귀했다. 다 쓴 공책은 아부지의 담배말이 종이로 썼다.

잎담배를 말렸다가 가위로 잘게 썰어서 쌈지 속에 넣어 보관하다가 담배를 피울 때 종이에 말아서 침을 발라 붙혔다.

종이가 없을 땐 담뱃대에 쟁여 피웠다. 잎담배가 없을 땐 담배가게에서 풍년초를 사 오셨다.

신문지도 없었으므로 통시에서는 짚으로 뒷처리를 하던 시절이었다.


내가 PC를 처음 산 것은 1988년이었다.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286을 샀다. 운영체제가 도스였다.

도스를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 다음에 산 것이 386인데 미국에 있던 동생이 이사를 나오면서

NEC(일제) 컴퓨터와 프린트까지 사 왔던 것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것은 학교에 있을 때 2001년에 구입한 것이다. 아마 486에 해당될 것이다.

처음에는 5인치짜리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했고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3인치 작은 디스켙을 사용했다.

그후에 USB가 나왔다. 5인치 디스켙을 사용할 때는 bad section이 자주 발생하여 유틸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수를 하기도 했다. 당시 하드 디스크는 용량이 작아서 큰 용량의 프로그램을 깔면 저장할 수 있는 여유가 별로 없어서 외부 저장 하드를 따로 마련해야만 했다.


나도 누구못지 않게 기억력이 좋았는 데 나이가 들면서 기억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지니

컴퓨터에서 외부 저장장치가 필요하듯 메모장이 필요해졌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고 나올 때 기념품으로 작은 메모장을 주는 술집이 있었는데

메모장을 다 쓴 후 메모장을 다시 얻기 위해 그 술집에 다시 간 적도 있다.

술값으로 문방구에 가서 메모노트를 산다면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메모장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메모하는 습관에 따라 기억력도 퇴화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친지들 전화번호는 거의 달달 외우고 있었는데 지금은 외우고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전에 전화교환원이 있을 때 그들은 대개 3000여개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다고 하였다.

사람의 머리는 쓰면 쓸 수록 성능이 업(up)된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뇌)를 쓰지 않으면 곧 퇴화되어 치매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중에는 치매 환자가 많은 데 심한 사람은 본능적인 숟가락질 하는 방법도 잊어버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이 치매라는 데 평소에 치매에방을 위해서는 적당한 독서와 뇌운동도 필요하다고 한다.

제한된 용량을 키운다고 외부 하드가 필요하지만 메모 습관 때문에 뇌를 그저 놀리는 것은 뇌를 녹슬게 하여 치매를 앞당기는 길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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