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발란

by 남청도

산에 다니다 보면 길가에 저만치 혼자서 함초롬히 아침 이슬을 머금고

예쁜 자태로 피어 있는 야샹화를 가끔 만난다.

폰카메라가 있어 손쉽게 몇 커트를 찍을 수가 있었다.

표충사 뒤 사자평 습지에서 만난 붓꽃도 그렇고 지리산 삼신봉 부근에서 만난 노루발도 그렇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으므로 밭이나 들에 나는 들풀 이름은 제법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발 천미터가 넘은 제법 높은 산을 따라 다니다 보니 생전 처음 보는 꽃들이 많았다.

같이 산에 자주 다니는 친구는 폰에 네이버앱을 깔아 아랫쪽에 있는 스마트 렌즈 메뉴를 선택,

스마트렌즈 화면에 꽃 사진을 찍어 넣으면 꽃이름이 뜬다고 일러 주었다.


산에서 우연히 만나는 꽃도 이름을 알면 오랜 친구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하략.'

김 춘수의 '꽃'이란 시가 생각난다.

그렇다. 이름은 명찰로 달고만 있으라고 붙여 준 것은 아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이 세상에 향기를 뿌려주고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어제 신문에 '멸종위기종 지네발란 대규모 서식지 발견. 드론 띄워 발견'이란 뉴스가 실렸다.

언뜻 봐선 '지네발란'이란 단어가 외국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게 실린 사진을 보고서야 바위틈에 붙은 야생란의 일종임을 알았다. 줄기의 생긴 모양이 마치 지네 발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네발란은 제주도와 전남 일부지역에서만 자생하고 바위에 붙어 자라므로 발견이 쉽지 않다고 한다. 고흥 나로도에서 뱔견됐다는 데 또 난 채취꾼들이 찾아가 거들방을 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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