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할머니 덕인 줄 알아라

by pahadi


숟가락을 들고 안 먹겠다는 아이 뒤를 졸졸 쫓아다니다 보면 말 그대로 현타가 온다. 아, 내가 뭐 하는 거지. 이렇게까지 먹여야 하나. 꾹 다문 입이 참 야속하다.


누군가는 쉽게 말하겠지. 그냥 내버려 두어라. 배고프면 먹겠지. 그 쉬운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밤늦은 시간까지 가게일을 했던 우리 엄마는 쪽잠을 자도 항상 아침을 챙겨주셨다. 나는 따뜻한 밥과 국 앞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짜증을 냈다. 먹기 싫다. 이 시간에 잠이나 더 자고 싶다. 배 안 고프다.


아침은 먹어야지. 배고파서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 국에 말아서 몇 숟갈이라도 먹어라. 채근하던 엄마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나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던 엄마를. 자식 입에 밥 한술 더 먹이려고 어르고 달래며 떠먹여 주던 엄마를.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밀려온다. 나는 진짜 바보다. 누가 봐도 사랑인 걸 사랑인 줄 왜 몰랐을까.


지금 저 아이도 속 타는 내 마음을 절대 모르겠지. 그럼. 그럼. 모르는 게 당연하지. 콩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접어두고 숟가락을 다시 쥔다. 너, 다 할머니 덕인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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