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자

by pahadi

저녁에 뭘 해 먹을까 고민하다 그냥 집 앞 돈가스 가게에 들러 저녁거리를 포장했다. 며칠 전 사고 싶은 원피스를 발견했다. 옷도 많은데 낭비지 싶어 꾹 참았는데 계속 눈에 아른거려 그냥 샀다. 365일 다이어트 중이지만 오늘도 손에서 간식거리를 놓지 못한다. 먹고 싶은 걸 어쩌겠나. 매일 그리는 그림일기도 성에 안차지만 그냥 업로드한다. 어차피 그린 것 안 올리는 것보다 낫지 뭐. 잘 살려고 노력하기보다 조금 편하게 살기로 한다. 하고 싶은 건 대강 다 하고 하기 싫은 건 최대한 안 하고. 고민될 때는 덜 생각하고 그냥 go.


2년간 휴직을 하고 복직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열심히'와 '잘'을 놓아버리기로 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잘'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일도 안 하려고 한다. 안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잘'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2년간의 휴직기간에 코로나 19까지 겹치면서 가족 외에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2년을 보냈다. 나의 말과 행동, 옷차림부터 삶의 모습까지 누구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복직 후 거미줄처럼 얽힌 인간관계와 암묵적 상하 복종의 세계로 돌아오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눈치 보고 살았나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아무 필요 없다는 것도.


남의 시선과 생각을 신경 쓰지 않으면 인생의 무게가 반쯤은 가벼워진 것 같다. 마음은 10배쯤 편해지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만 하지 않아도 체한 가슴이 쑥 내려가는 것 같다. 짧은 인생에서 '나'라는 우주먼지가 '그'라는 우주먼지에게 잘 보여 뭐가 그리 달라지겠나

우주먼지는 우주먼지라는 본분에 충실하게 자유롭게 부유하면 될 것을.


이것을 내 식대로 일상에 적용하면 대충 살자로 요약할 수 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살을 빼야 할 것 같으면 조금 먹고 그러다 또 맛있는 게 생각나면 먹자. 아껴야 잘 사니 쓸데없이 사고 싶은 것들은 참아야 하지만 그래도 가지고 싶다면 사자. 돈 많이 벌어 성공하겠다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자. 이러나저러나 될 놈은 된다. 살면서 만나는 10명 중 3명은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한다고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쓰지 말자. 어차피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몇 명도 만날 수 있을 테니. 너무 진지하게,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어차피 인생의 반쯤은 장난같이 흘러가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