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언제?

by pahadi

먼길을 돌아 돌아 그곳에 가고 있다.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었던 길은 언제나 막다른 곳에서 끝났다. 결국 내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애써 외면했던 에움길 앞에 다시 섰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 길을 나도 걷고 싶었다. 그럴싸해 보이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보란 듯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 터를 잡았다. 억지로 가방끈을 엮어가며 내 자리를 만들기 위해 길고 긴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시계 초침에 맞춰 꽉 막히는 도로를 뚫고 출근길에 오른다. 나의 하루가 깊은 도시 속 군집 속에서 꾸역꾸역 흘러간다. 아...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구나.


지난 주말 보드라운 해먹에 누워 바라본 푸른 하늘과 올망졸망 브로콜리 같은 숲이 떠오른다. 떠가는 구름과 함께 흘러간 시간들. 이대로 시간에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인데 왜 나는 아직도 이곳에 있을까. 아무리 움켜봐도 손안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데 왜 그것들을 놓지 못하고 있을까.


띠릭! 띠릭! 이 짧은 상념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무자비한 업무 메시지가 쏟아진다. 뭉게구름 같던 상념은 사라지고 기계적으로 손이 바삐 움직인다. 가슴속에 한 가지 물음이 더 선명해진다. 지금 아니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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