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 최고의 단짝은 우리 엄마였다. 엄마 껌딱지인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시도 엄마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엄마 말에 따르면 일 년 내내 엄마 등에 업혀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나를 업고 밥도 먹고, 옆으로 누워 잠도 잤다. 등에서 내려놓기만 해도 집이 떠나가라 울어대는 통에 화장실 갈 때조차 우리는 늘 함께였다.
일곱 살이 되어서도 어떻게든 엄마 등에 업혀보려 꾀병을 부렸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징징대면 엄마는 언제나 선뜻 따뜻한 등을 내어주셨다. 엄마 등에 업히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 귓가에 울리는 엄마의 따뜻한 음성이, 그 온기가, 그 냄새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었다.
언니가 학교에 가면 엄마는 온전히 내 차지가 되었다. 집 앞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커다란 평상이 있었다. 엄마와 나는 늘 그곳에 앉아 그림도 그렸다. 엄마는 나를 위해 정성껏 종이 인형을 오렸다. 엄마가 오려준 종이 인형이 차곡차곡 내 보물상자에 쌓여갔다. 엄마와 함께 인형 놀이를 하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놀 나이를 훌쩍 넘기고도 나는 엄마만 쫓아다녔다. 밥하고 빨래하는 엄마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시답잖은 질문들을 던졌다. 조금이라도 엄마의 관심을 받으려고 무진장 애썼다. 그래도 엄마는 이 귀찮은 껌딱지에게 늘 다정했다. 듬뿍 사랑을 뿌려주었다.
그런 시간들을 세월 속에 꼭꼭 숨겨두고 배은망덕한 딸은 이제 나 좀 가만히 두라고 난리다. 엄마가 베풀어 준 모든 것들을 혼자 해낸 양, 자기만 잘났다 큰소리치니 엄마는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을까. 참 못됐다. 오늘은 다시 엄마 등을 꼭 안아봐야지. 그 넓고 포근한 등이 얼마나 작아졌는지, 따뜻하게 울리는 그 소리는 여전한지. 그리고 고맙다고, 이제 내 차례라고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