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행복

by pahadi

어깨 좀 펴라, 자세 바르게 해라. 이런 지나가는 말 좀 귀담아들을걸. 후회가 막심하다. 그냥 난 이 자세가 편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 작은 습관이 오늘을 만들 줄 몰랐다. 1-2년 전부터 목과 어깨 통증이 심해졌다. 병원에서는 일자목, 거북목이 때문이라고 했다. 주사치료도 받고, 도수치료도 받고, 운동도 하고 있는데 괜찮은 날은 괜찮고 안 괜찮은 날은 정말 안 괜찮다.


프로 검색러답게 일자목, 거북목을 열심히 검색해 기능성 베개와 운동기구들을 사 모았다. 한 때는 새로 나온 화장품을 써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제는 좋다는 기능성 베개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본다. 한데 이것이 산다고 끝이 아니다. 기능성 베개의 가장 큰 단점은 똑바로 누워 자야 한다는 것이다. 목과 어깨 통증이 심할 때는 어깨가 아파 옆으로 자지도 못하지만 평생 옆으로 누워 잤는데 갑자기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자려니 잠이 안 온다. 천정을 보고 가지런히 누워있으면 웬일인지 정신이 더 또렷해진다. 간신히 잠들어도 깨기 일쑤. 여름밤 짧은 밤이 참 길게도 느껴진다.


어젯밤엔 오랜만에 컨디션이 좋았다. 오랜만에 누워서 자볼까. 내 사랑 포근포근 긴 베개를 끌어안았다. 차갑고 보드라운 촉감이 느껴졌다. 아, 너무 좋다. 옆으로 누워 잘 수 있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이구나. 달빛이 나른하게 느껴진다. 솔솔 잠이 온다. 내일부터 열심히 운동해야지. 매일 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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