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독서 중

by pahadi

요즘 다시 독서에 취미를 붙였다. 여행도 못 떠나는 마당에 책은 현실에서 멀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일종의 현실도피랄까.


주말을 맞아 책을 정리했다. 케케묵은 박스 속 책 몇 권을 책장에 꽂고 책장 속 몇 권을 다시 박스에 넣었다. 다 읽거나 평생 안 읽을 책들은 과감하게 중고서점에 팔 것이다. 이들을 집 앞까지 와서 수거해 준다니 더 마다할 이유가 없지. 책을 잘 포장해 집 앞에 내려두고, 올해 안에 남겨진 책들을 다 읽어야지 다짐한다.


빼곡했던 책장에 자리가 났다. 이제 마음 편하게 책을 살 수 있겠다. 휴대전화 속 서점 어플을 켠다. 이사 온 곳에는 있는 게 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지만, 가장 아쉬운 건 근처에 대형서점이 없다는 것이다. 오며 가며 서점에 들러 책을 살펴보는 게 낙이었는데 그 일이 참 어렵게 됐다. 물론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면 인터넷 서점에서도 충분히 입맛에 맞는 책들을 고를 수 있지만 아직 나는 책을 사러 가는 길의 설렘이 좋고 차곡차곡 들어앉은 서점의 책장이 그립다.


부지런을 떨며 주문한 책들이 며칠 간격으로 속속들이 도착했다. 가장 멋진 옷은 새 옷이듯 가장 좋은 책도 새책이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새 책을 보니 기분이 참 좋다. 딱딱하게 굳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 부드러워질 때면 내 마음도 스르륵 녹는다.


책 속의 몇 문장으로 그 책의 멋짐을 논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요새 읽은 책에서 좋은 문장 몇 개를 골라 적어본다.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과 나의 엄마들이 있으니까.
- 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중에서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참 고맙다. 내가 이러려고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글을 열심히 배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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