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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Jun 01. 2021

그림일기 - 새 주인




작아진 준이 양말들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미리 준비해둔 아기 양말과 함께 설레며 준이가 태어나길 기다렸던 날들. 이 작은 양말보다도 더 작았던 준이의 발. 양말을 신고 허공에 발차기하며 씩씩하게 울어대던 준이. 손싸개가 떨어져 준이 손에 이 양말을 씌우고 깔깔대던 초보 엄마 아빠. 이제 이 양말 주인은 제법 자라 혼자 양말을 신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히는 물건들이 있다. 애정이 식은 것도, 쓸모없어진 것도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서랍을 정리를 하다가 준이가 아기 때 신던 양말을 발견했다. 이 작고 귀여운 것.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귀여운 양말이 아까워서, 양말에 스며든 우리의 추억이 그리워서 양말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기로 한다. 시끄러운 의자가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저기다! 부드러운 아기발 대신 딱딱한 의자 다리가 이 양말의 새 주인이 되었다. 양말을 신은 의자는 조용해졌다. 의자도 새 양말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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