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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Jun 02. 2021

그림일기 - 비 오는 날








아이 앞에서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사는 것만큼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가 되었다고 평생 울보가 하루아침에 눈물이 마를 수 있나. 오히려 엄마가 되고 나서 눈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툭하면 눈물바람부터 하는 내가 싫지만 저 하늘도 시시때때로 울어대는데 나라고 별 수 있을까.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마음속에 소낙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는 내 옆으로 쪼르르 준이가 다가온다. 그 간절한 눈빛을 보니 눈물이 더 나는 걸 어쩌면 좋을까. 어느새 훌쩍 큰 아이는 내 등을 쓰다듬어 주면 말한다. "엄마, 울지 마. 내가 옆에 있을게. 그러면 행복해져." 이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을까. 기특한 마음에 눈물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소낙비 사이로 슬며시 맑은 해가 떠오른다. 산다는 것은 울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지만 내 등을 토닥이는 따뜻한 손길이 있어 살만한 거겠지. 그렇게 살다 보면 해가 뜨는 날도 있고 다시 비 오는 날이 와도 곧 다시 해가 뜬다는 걸 기억해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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