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종이책

by pahadi

새로 이사 온 동네에는 대형서점이 없다. 코로나 19로 도서관도 잘 가지 않게 되다 보니 요새는 종이책보다 e-book을 자주 본다. 전자도서 구독권을 이용하면 일정 금액으로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어 편하다. 편한만큼 이 책, 저 책 찔러보느라 진득하니 읽지는 못하는 게 문제지만. 이건 뭐 내가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니까.


시간이 넉넉하면 e-book 리더기로 자리 잡고 읽고, 가끔은 스마트폰으로 찔끔찔끔 읽는다. 전자도서 구독 앱에서 제공하는 책들 중에 골라 읽다 보니 낯선 작가의 책을 읽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한다. 앱에서 제공되는 책만 보게 되니 나의 세계가 좁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끔 마음에 드는 e-book은 구매하기도 하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역시 나는 아직 e-book보다 종이책이 좋아서 웬만하면 종이책으로 산다.


오랜만에 두꺼운 종이책을 폈다. 열심히 읽어볼 요량으로 연필까지 들었다. 빳빳한 표지를 쫙 넘기고 새 종이 냄새를 흠씬 맡는다. 그래 이거야. 종이를 만지작 거리며 눈으로 열심히 글자를 좇는다. 좋은 구절이 나오면 연필을 들고 쫙쫙 줄을 긋는다. 아! 이 상쾌함. 통쾌함. 허공을 휘젓는 손끝에 무언가 진실되고 부드러운 것이 와닿는다. 그래. 책이란, 읽는 것이란 이런 거였지.


e-book도 좋고 스마트폰도 편하지만 결국 오래된 것이 가장 좋다.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눈으로 좇는 그런 원초적 읽기가 좋다. 요즘 같은 시대에 두껍고 무겁고 귀찮은 종이책이 살아남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좋은 것은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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