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by pahadi

이렇게 되고 보니 잘했다 싶은 일이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 부지런히 간 것. 예매하기도 힘들고 소소한 수입에 비해 꽤 큰 지출이었지만, 전에도 갔는데 뭐 또 가냐며 나를 설득해 보기도 했지만 끝내 가고 말았던 공연들. 언젠가 이맘때 햇살에 달궈진 공기가 해 질 녘 조금은 차가워졌던 그 순간. 돌계단에 앉아 들었던 감미로운 노래들. 준이 울음소리가 마음에 얹혀도 하루쯤은 괜찮아라고 애써 되뇌며 쫓기듯 갔던 공연장. 다 아는 노래에, 예상했던 목소리인데 그날은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이렇게 되고 보니 아쉬운 일이 있다.

바쁘다고, 다음에 가자고 미뤄두었던 공연들. 육아와 삶에 치이는 동안, 좋아하는 밴드가 해체하기도 했고, 멤버가 바뀌어 내가 좋아하는 그 밴드가 영영 사라지기도 했다. 이제는 코로나 19 때문에 소소하게 즐기던 공연들도 언제가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나. 그때 더 열심히 가볼걸. 좋아하는 것을 더 열정적으로 쫓아다닐 걸. 당분간이 영원히가 될 줄 알았다면 그때를 놓치지 말걸. 영원히가 당분간이 되길. 언젠가 다시 만나길.


이렇게 되고 보니 잘했다 싶은 일이 있다.

열심히 짐을 싸 여행을 떠난 일. 가지 않을 이유는 수없이 많았다. 위험하다고 말리는 가족들. 그 돈을 저축하라는 친구들. 꼭 떠나야 하냐고 묻던 나. 가족들을 고생하는데 나만 떠나는 것이 배신처럼 느껴지던 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떠났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떠났다. 돌아보면 떠나기에 알맞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때가 가장 적기였다. 힘들 때면 그때 남겨둔 추억들이 바람을 타고 찾아온다. 그러면 다시 꽤 살만해진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아쉬운 일이 있다.

더 열심히 떠나지 않은 일.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혼 적령기에 결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혼했으니 아이도 한 명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세간의 규칙을 따르느라 내 마음속 소리는 잠시 묻어두었다. 때로는 지금은 아니야라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미뤄두었던 일들이 영영 하지 못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야지. 잊지 말게 꼭꼭 적어둬야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나를 설득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지. 모든 일에 가장 알맞은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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