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힘

by pahadi

운전을 시작한 지 벌써 7개월이 되었다. 초초초보운전자에서 초초보운전자 정도는 되었을까. 6개월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다린 시간이 벌써 지났다. 시간의 힘은 실로 놀랍다. 씨앗이 나무가 되기도 하고, 들판이 빌딩이 되기도 하고, 아이가 할머니가 되기도 한다. 그 힘을 빌어 나도 이제 조금은 도로가 익숙해졌다.


처음 운전면허를 딴 건 5년 전이었다. 몇 번의 낙방 끝에 드디어 따끈한 운전면허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도로에 나가면 안 된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남편보다 더 확실한 전문가가 필요했다. 20시간 운전연수를 신청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늘 배가 아프고 식은땀이 났다. 태연한 척하려고 해 봐도 손이 제멋대로 부들부들 떨렸다. 타고난 겁쟁이가 어련할까. 힘들고 고달파도 시간은 흐르고 20시간 연수도 끝이 났다.


20시간만 지나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역시나 그런 일은 없었다. 자신도 없고 실력도 없었다. 다시 연수를 20시간 연장했다. 그렇게 운전면허를 딴 뒤에 40시간 수업을 더 들었지만 도저히 혼자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운전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씽씽 달려오는 차들이 나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이어졌다. 그냥 조금 불편하고 말지 운전은 못하겠다. 항복을 선언했다. 그렇게 내 운전면허증은 캄캄한 서랍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는 듯했다.


그 후, 4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 나는 엄마가 되었다. 복직을 코 앞에 두고 있자니 다시 운전이 절실해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와 아이를 돌보려면 운전을 해야 했다. 할 수 있을까. 4년이란 시간 속에 운전의 공포가 조금은 무뎌졌다.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시간 더 듣고, 안 되면 다시 20시간 더 듣고 될 때까지 하지 뭐.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들 하는 거잖아. 괜찮아. 언젠가는 하겠지.


운전연수를 시작했다. 다시 잡은 운전대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물론 선생님의 불호령을 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4년 전 쏟아부은 노력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운전연수 60시간 만에 운전을 하게 됐다. 운전연수 100시간 들은 사람도 있다는 선생님의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


4년 전에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때의 나는 절대 못했을 거다. 지금이라도 하는 게 다행인 거지. 아직도 운전하기 전이면 신경이 곤두서고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운전도 늘 그랬듯이 시간은 흐르고 조금씩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잘하게 되겠지.


이러나저러나 운전하는 내가 오늘도 참 신기하다.


p.s. 사람들이 조금만 하면 운전이 재밌어진다는데 그건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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