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런 날이 있지

by pahadi

목요일은 언제나 위험하다. 바닥난 체력 사이로 우울한 마음이 들어선다. 나 빼고 모두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프로필 사진의 웃는 얼굴이 그 사람 인생의 전부인 것만 같다.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들고, 나만 우울한 하루. 나는 더 작고 초라해지고 세상은 보란 듯이 반짝인다.


이런 날은 늘 있었다. 누구나 이런 날이 있지. 내가 가진 것들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날. 큰일이 아니란 걸 잘 알지만,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만 당장 밀려오는 검은 파도는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날은 도저히 답이 없다. 도망치는 수밖에. 책을 편다. 책장을 넘기고 그 속으로 달아난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세상으로. 이럴 때는 책이 참 고맙다. 책이 아니라면 누가 나를 이 구덩이에서 도망치게 해 줄까.


이 책을 다 읽으면 산책을 가야지. 햇빛 좀 쏘이고 돌아와 무생채에 달걀프라이를 얹어 든든하게 비벼 먹어야지. 그리고 한 숨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 날을 시작할 수 있을 거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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