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보석인가요.

by pahadi

탄생석을 구경하다 나는 무슨 보석일까 생각했다. 루비, 진주, 다이아몬드 내가 아는 보석의 이름들을 나열하다가 끝내 흑연을 떠올렸다. 내가 반짝이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자꾸 움츠러든다. 엄마 노릇, 딸 노릇에다가 내가 해야 할 일에 하고 싶은 일까지 하려니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인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까맣고 쉽게 부스러지는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똑같이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가장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는 다이아몬드와 달리 흑연은 보석이라는 범주 안에도 들어갈 수 없다. 탄소 배열이 달라서라는데 그런 건 모르겠고 모든 빛을 흡수해버리는 까마득한 흑연이 모든 빛을 내뿜는 영롱한 다이아몬드와 대조되어 서글프게 느껴질 뿐이다.


오늘도 서글픈 하루가 끝났다. 연필을 잡고 일기를 쓴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자국들이 안개처럼 흩어지는 내 하루를 붙잡아 흔적을 남겨준다. 그래, 내게 당장 필요한 건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이 연필이지. 흑연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본 적이 없고 제 역할에 충실할 뿐인데 내가 또 너무 나갔다. 다이아몬드가 되려면 엄청난 열과 압력을 견디며 10억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괜히 다이아몬드가 다이아몬드인 건 아니지. 인생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나는 어떤 보석일까?'보다 '나는 어떤 보석이 되고 싶은가?'가 더 적당한 질문이겠다. 나는 진주가 되고 싶다. 자신의 상처를 끝내 보석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 영롱하게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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