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by pahadi

6살쯤 됐으려나.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아마도 봄이었겠지? 아니면 가을?


엄마와 나는 평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는 종이 인형을 오리며 나의 엉뚱한 질문에 정성껏 대답을 해주고 있었고, 나는 종이 인형 옷을 갈아입히며 엄마 옆에 찰싹 붙어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언니가 학교에 가고 난 이 시간은 내가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고.


타임머신을 타고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바로 이 순간을 말할 것이다. 아무 걱정도, 할 일도 없는 하루. 내일은 언제나 설레기만 했던 날들. 날씨는 좋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던 그 순간. 마음에 거슬리는 모래알 하나 없던 그 평화롭고 보드라운 순간.


따뜻한 바람에 그 순간의 기억이 밀려온다. 마음의 모래알들이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날아간다. 몽글몽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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