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국적으로 생기셨네요

by pahadi

집에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렀다. 과자와 우유를 사서 계산하려는데 주인아저씨가 묻는다.

"휴가 다녀오셨어요?" 갑자기 무슨 말씀일까 생각하며 아니라고 대답하니 아저씨가 답하신다. "아니, 피부가 타셨길래."


내 피부는 유독 검은 편이다.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참 많다. 명동에 가면 거의 외국어로 말을 건다던가, 외국에서 한국인만 입장 가능한 어학원에 입장을 거부당한 것이나, 학교 다닐 때 늘 아~ 그 까만 애라고 통칭된 것이나.


지금은 까만 피부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지만 한 때는 피부과도 열심히 다니고 미백제품이란 제품은 모조리 써볼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갈망했다. 결국에 까만 피부를 인정하게 된 것도 결코 하얘질 수 없다는 자포자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까만 피부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국적이라는 말이다. 대놓고 까맣다는 표현을 쓸 수 없을 때 보통 쓰는 말인데 가끔은 칭찬이라는 포장으로 건네질 때도 있다. 하지만 까만 게 콤플렉스인 나에게 이국적이라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내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왜 굳이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말할까. 예쁘다, 날씬하다는 표현에도 외모에 대한 판단이 들어있다. 좋든 나쁘든 누군가에게 외모를 평가받는다는 것은 절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세상엔 참 실례되는 말이 많다.


다음번에는 한번 정색하고 말해볼까. 이국적이라고요? 그 말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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