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더위가 한가해진 틈을 타 앞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상수리나무가 가득한 산에는 벌써 잘 익은 도토리가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자연은 언제나 한 발 앞서 새 계절을 맞이한다. 도토리가 지천에 깔렸는데 부끄럼쟁이 다람쥐는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이 불청객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 후딱 산책하고 돌아가 줄게.
흐르는 땀을 식히려고 작은 의자에 걸터앉으니 매미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이런 우렁찬 소리가 날까. 흙바닥에는 개미들이 제 몸보다 큰 먹이를 들어 나르고 한편에서 죽은 지렁이에 개미며 파리며 온갖 생명들이 살아보겠다고 뒤엉켜있다. 모두들 살아있구나.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나만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진다. 바람이 부지런히 땀을 식혀주며 내 등을 떠민다. 자자 부지런히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