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메일을 잘못 보내 세 번이나 발송 취소를 하고 다시 보내기를 반복했다. 얼이 빠져있다. 천천히 해도 되는데 왜 이리 서두를까. 빨리 끝내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이 일이 끝나 봐야 새로운 일이 시작될 뿐이다.
좀 차분해 지자 싶어 귤 하나를 까서 입에 넣는다. 천천히 씹는다. 10번은 씹고 삼켜야지. 시큼하고 달콤한 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먹다 보니 또 두세 번 씹고 꿀떡꿀떡 삼켜버린다. 아이참.
성격이 급한 나는 늘 대충, 빨리를 외치다가 곳곳에 실수 웅덩이를 만든다. 그리고 까딱하다 그 웅덩이에 빠져 더 큰 일을 만들고, 그 일을 수습하느라 또 애를 먹는다. 그런 주제에 미리 하는 걸 좋아해 모든 일을 일찌감치 해두고 서둘러 급하게 하느라 남긴 실수들을 수습하는 허튼짓을 반복한다. 내가 바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런 비효율의 극치.
알면서 또 왜 이리 부랴부랴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이봐 진정하라고. 이 일이 끝나도 어차피 다른 일이 시작된다고.
비단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 걸까?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앞만 보고 걸어가는 걸까? 아무것도 없는 그 끝에 왜 이리 서둘러 가려고 하는 걸까.
이보게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시나. 그러지 말고 주위를 좀 둘러보시게나. 얼마나 아름다운 얼굴들이 가득한가. 얼마나 멋진 풍경들이 가득한가. 물 한잔 마시고 천천히 가시게. 잠깐 쉬었다 가시게. 재미난 이야기 좀 듣고 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