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란다

by pahadi

아이는 만지지 않아도 될 것을 만진다. 어제는 해맑은 표정으로 죽은 지렁이를 들고 와 "엄마 이게 뭐야?"라고 물어 얼마나 놀랐는지. 등 하원 길에 있는 뾰족 뾰족 가시만 남은 장미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한번 손을 댄다. 걱정은 언제나 나의 몫. 아이의 세상은 그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아이는 오르지 않아도 될 곳을 오른다. 낮은 돌담 위에서 아슬아슬 균형을 잡고, 가끔은 시소 위에 올라가 나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전생에 원숭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달리지 않아도 될 때도 달린다. 목적지도 이유도 없이 열심히 달린다. 그러다가 숨이 차 헥헥거리다가 다시 또 달린다. 아이는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간다. 별 거 없는 덤불 속이 뭐가 그리 궁금한지. 굳이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 작은 들꽃 하나를 꺾어 나에게 건넨다. "엄마, 선물이야."


아이는 자란다. 금세 자란다. 어느새 자라서 꽃 한 송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넬 줄도 알게 되었다. 아이는 만지지 않아도 될 것을 만지고 오르지 않아도 될 곳에 오르고 달리지 않아도 될 때 달리고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가며 자란다. 그렇게 아이의 세계는 넓어진다. 우리 모두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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