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빵

by pahadi

아침에 일어나니 식탁 위에 빵이 올려져 있었다. 늦게 들어온 남편이 사 온 모양이다. 빵 봉투를 열어보니 반가운 모카번이 있다.(남편이 모카번을 좋아한다.) 대학생 때 자주 먹었는데 꽤 오랜만이다. 로티보이라는 모카번 가게가 곳곳에 있었는데 이제 거의 사라진 것 같다. 학교 근처에 로티보이가 개업하던 날, 추운 겨울에 손가락 호호 불며 친구들과 줄 서 기다리다가 먹었던 뜨끈한 모카번이 정말 맛있었다. 향긋한 커피 향과 고소한 버터의 맛. 그 맛에 반해 공강 때마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는데 이제 이것도 추억의 맛이 되었다. (델리만쥬처럼)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려 따끈해진 모카번을 납작하게 눌러 한입 베어 문다.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질 때, 뜨끈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그래. 바로 이거지. 빵 하나로 행복한 아침이다. 행복해지고 싶을 땐 역시 빵이다.


모카번에 이어 요새는 스콘을 제일 좋아한다. 흔하다면 흔한 빵이지만 맛있는 스콘 찾기는 은근히 어렵다. 누군가는 만들기 쉽다는데 제대로 성공해본 적이 없다.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스콘 맛에는 나름 까다롭다. 일단 빵속이 뭉개지지 않고 결이 살아있어야 한다. 빵과 쿠키의 중간 정도로 부드러움과 바삭함이 절묘하게 조화되어야 합격. 겉에 설탕이 발라져 있어도 좋지만 너무 달거나, 간혹 너무 짠 것은 별로다. 스콘의 가장 큰 매력은 담백함이니까.


남편은 스콘이 너무 퍽퍽해서 싫다고 하지만 스콘은 그 퍽퍽함이 매력이다. 퍽퍽함이 잼이나 버터, 가끔은 클로티드 크림과 만들어내는 조합이 환상이다. 입안에서 오물거릴 때 쨈과 버터, 클로티드 크림이 한데 섞여 완벽한 맛이 만들어진다. 어떤 쨈과 먹을지, 버터와 클로티드 크림 중에 무엇과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스콘이 주는 재미.


여행을 떠날 때 나에게 늘 두 가지 목표가 있다. 그 지역의 독립서점 가보기와 스콘 맛집 찾기.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향으로 여행을 기억한다는데 나는 책으로 기억한다. 독립서점에 가면 주인장의 의도에 따라 평소에는 잘 눈에 띄지 않는 책들을 만나게 된다. 거기에 여행지의 들뜬 기분까지 더해지면 원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책을 손에 집어 들게 된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그 책을 읽고 책장에 꽂아두면 이번 여행이 비로소 내 인생 한 페이지가 된다.


여행지에서 책을 사는 것이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위한 것이라면 스콘 맛집을 찾는 것은 여행지의 나를 위한 것이다. 맛있는 스콘을 먹는 것은 즉각적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검색창에 지역명과 스콘 맛집을 검색하고 블로그 리뷰를 꼼꼼하게 읽어본다. 여차하면 지역 카페의 글까지 잘 살펴보고 고심 끝에 스콘 맛집을 고른다. 여행 일정상 카페는 하루에 한 번 정도 갈 수 있으니까 신중해야 한다. 만약 카페에 들를 시간도 없으면 스콘을 사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식으로 모아둔 스콘 맛집을 다음 여행 때 또 방문한다. 가끔은 좋아하는 스콘 가게가 여행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구면인 그곳에 갈 때면 소꿉친구라도 만나러 가는 듯 반갑고 애틋하기까지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굽이굽이 엮어간다. 스콘 다음엔 어떤 빵을 좋아하게 될까. 그것은 분명 맛있을 것이다. 그것과 함께라면 분명 행복할 것이다. 빵은 언제나 옳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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