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선물

by pahadi

뭐가 그리 소중한 것이 들었는지 아이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질 못한다. 집으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꺼내 나에게 건네는 그것은 도토리. "엄마, 선물이야." 아이처럼 올망졸망한 도토리가 작은 손 위에 세 개.


낙엽 사이를 헤치며 한 알 한알 정성껏 주워 주머니에 담고 없어질세라 주머니에서 손도 못 빼고 집까지 온 모양이다. 어쩐지 투박한 도토리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더라니. 그 마음까지 담아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처럼 내 화장대 위에 잘 올려두었다. 정말 멋진 도토리라는 칭찬과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며칠 후, 꾸물 꾸물 이상한 느낌이 난다. 아이가 준 도토리의 작은 구멍에서 길쭉한 무언가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애벌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지만 차마 환영할 수 없는 이것.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이 애벌레가 집 안 이곳저곳 기어 다닌다면? 나와 달리 애벌레는 본 아이는 신이 났다.


동심을 깨뜨릴 수 없으니 아이와 함께 애벌레를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옷을 챙겨 입고 애벌레와 도토리를 조심조심 들고 뒷산을 올랐다. 무성한 낙엽들 사이 적당한 곳에 애벌레를 내려준다. "애벌레야. 잘 가! 가서 엄마도 만나고!" 길고 긴 작별인사 끝에 애벌레를 보내주었다. 아이는 애벌레를 집에 데려다주었다는 뿌듯함에 어깨가 으쓱한데 어째 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애벌레와 인사하는 아이를 보니 그 옛날 내가 묻어주었던 병아리가 생각났다. 학교 앞에서 박스에 담겨 팔리던 작은 병아리 한 마리를 사서 키웠는데 모두 예상하듯 우리의 만남은 매우 짧았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축 쳐진 병아리가 상자 안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나만 몰랐던 이별에 어찌나 울었던지. 엄마와 함께 아파트 화단에 병아리를 묻어주고 얼마간은 열심히 찾아갔다. 그리고 빠르게 병아리를 잊어버렸다. 그 병아리를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으려나. 문득 그 병아리가 그리워진다. 아니,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진다.


아이가 나에게 건넨 반짝반짝한 선물은 '그 시절의 나'였나 보다. 그리고 덤으로 뒷산 오르기 운동까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는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