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아지고 있다

by pahadi

"인생은 모르는 거야. 당장 내일 우리에게 정말 멋진 일이 일어날 수도 있잖아." 이 달콤한 희망의 말에 속아 남편과 결혼했다. 아니, 속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남루한 청춘들에게도 반전은 있을 거라고.


그렇게 얇디얇은 희망의 끈을 잡고 이리저리 휩쓸리며 청춘이라 불리는 시절도 빛이 바랬다.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차곡차곡 쌓아온 오늘이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긴 하다. 개미 눈물만큼이라도 우린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아무리 키를 내 손에 쥐고 있어도 삶이 온전히 내 뜻대로만 흐르는 건 아니다. 바람은 늘 생각보다 거칠었고 일기예보는 자주 틀렸으며 곳곳에 알 수 없는 암초들이 우리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끌었다.


지도에 새겨진 항로를 벗어나기 일쑤였고 우린 낯설게 이어진 그 길에 새로운 항로를 새겨 넣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길을 벗어나 파도와 바람이 데려다주는 어딘가에 다다랐다.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고 적당한 파도를 기다리며 우린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고 최선의 플랜 B를 짜내었다. 그렇게 이어진 우리의 여행은 예상과 달랐지만, 낯선 곳을 돌고 돌았지만 언제나 기대보다 나았고 걱정보다 괜찮았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돌아보면 값진 무언가를 남겼고 인생엔 그보다 최악들도 많았으므로 지나가면 모두 그저 그런 일이 되어 나를 안심시켰다.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이 내 생각과 달랐듯이 예상치 못했던 곳이 내가 찾아 헤매던 그곳이기도 했다.


인생에 정답은 한 두 개가 아니니 어디를 가도 우린 모두 정답이다. 정신만 바짝 차린다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항상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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