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으로 나오니 너무 추워서 옷을 겹겹이 껴입고 출근길에 나섰다. 막상 나와보니 아침부터 가을 햇살이 잔잔하게 공기를 데워놓아 그렇게 춥지 않았다. 지레 겁먹고 잔뜩 껴입은 옷들이 짐이 되어버렸다. 어제 입었던 옷을 입었으면 딱이련만. 변온동물이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달라지는 날씨에 적당한 옷 찾아 입기도 힘들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같지만 분명 어제와 다른 하루. 어제 날씨 다르고 오늘 날씨 다르고, 어제 옷차림 다르고 오늘 옷차림 다르고, 어제 너의 얼굴과 오늘 너의 얼굴이 다르고.
주말은 어김없이 쏜살같이 지나고 또 월요일이다. 야속한 달력엔 12월 31일까지 빨간 날 하나 없다. 사는 게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쯤 여느 월요일과 다른 점을 찾는다. 밤사이 떨어진 은행잎 덕에 보도블록이 노랗게 물들었다. 그 위를 바스락바스락 걸어봤으면. 지난주에 없던 낙엽 한 장이 내 휴대전화 케이스 뒤 편에 자리 잡았다. 가을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을 붙잡고 소원을 빈다. 올해도 미션 성공! 잘 마른 낙엽은 책갈피로 이번 겨울 나의 다정한 책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입 안에서 흥얼거리던 노래를 소리 내어 불러본다. "길을 읽기 위해서, 우린 여행을 떠나네" 오랜만에 들어보는 내 목소리가 참 낯설다. 가끔은 소리 내어 노래 불러야지. 가끔은 소리 내어 책도 읽어야지. 오늘 퇴근 후에는 스콘을 구워 먹을 예정이다. 맛있다는 냉동 반죽을 사두었으니 성공확률 90퍼센트 이상. 뜨끈한 스콘에 버터와 딸기잼 그리고 함께 마실 디카페인 에스프레소와 우유까지 준비해두었다. 아마 오늘도 꽤 괜찮은 날이 될 것 같다.
처음 맞이하는 월요일이다. 내일도 어김없이 똑같은 일상이 되풀이되겠지만, 분명 오늘과는 다른 하루가 펼쳐질 것이다. 이 고요한 나날을 잃어버리고서야 후회하는 바보가 되진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