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를 핑계 삼아 늘어지게 쉬었다. 많이 먹고 많이 자고 텔레비전도 많이 봤다. 시간도 펑펑 쓰고 돈도 펑펑 썼다.
2022란 낯선 숫자가, 곧 들이닥칠 새로운 시간들이 두려워 모든 걸 외면하고 싶었다. 여기저기 열심히 한눈팔아봐도 등 뒤에 서늘하게 다가온 새로운 해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시간은 어느 때보다 빨리 흘렀고 나만 제자리에 동동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이럴 땐 한 가지 방법뿐이지. 맞닥뜨리기. 쉴 만큼 쉬고, 놀만큼 놀고 나니 2022년을 마주할 힘이 콩알만큼 솟아났다. 톱니바퀴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한낱 부품에 불과한 나를 떠올렸다. 부서져 쓸모없어지면 한순간에 갈아치워질 나의 운명을 생각했다.
잘 먹고 푹 쉰 덕분인지 그렇게 서글프지는 않았다. 어차피 갈아치워질 운명이라면 더 막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쉽지 않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고. 어차피 닳디 닳을 거 경험 많은 한낱 부품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콩알만 한 용기가 손바닥만큼 부풀었다. 다 잘 먹고 잘 쉰 덕분이다.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아야겠다. 좋은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