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를 들어야지. 십여 년 이상 고르고 골라온 플레이 리스트를 틀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 느낌이 아닌데.
변함없이 흐르는 멜로디와 가사 사이로 너무 변해버린 내가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 치여 버석버석 말라버린 내가 보였다. 들을 때마다 새롭게 나의 감성을 촉촉하게 해 주던 노래들이 이제 남의 이야기로만 들렸다. 나 정말 나이 들어버린 건가. 재미없고 메마른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순간 두려움이 덮쳐왔다. 더해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만은 늘 청춘일 줄 알았는데.
우울한 마음에 노래를 돌려 들으며 생각에 빠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10년 전의 나만 생각하고 있었다. 익숙한 노래에 켜켜이 쌓인 지난 시간들에 지금을 견주고 변해버렸다며 한탄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무엇이든 변한다. 이 당연한 걸 가지고 우울해했다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변하는 게 당연하지. 그때와 똑같은 기분으로 이 노래를 즐기려고 했다니 말이 안 되지.
노래를 들으며 지난날을 떠올린다. 변해버린 나를 미워하지 말고 지난 시간을 노래와 함께 감상해야지. 그리고 오늘, 이 노래와 함께하는 새로운 시간들을 또 쌓아가야지. 브로콜리 너마저의 신곡이 이어져 나온다. 역시나 좋구나. 새 노래 위에 새로운 날이 새겨진다. 오래된 친구처럼 오래된 노래에 층층이 나의 인생이 쌓인다.
변해가는 내가 흘러가는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변해가고 노래는 여전하다. 여전한 노래를 들으며 변해가는 나를 느끼는 것도 재미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