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단골 카페에 갔다. 남편이 말했다. "잠 잘 못 잔다며 디카페인 커피로 마시는 게 어때?"새벽에 깨는 일이 많아서 요즘엔 주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이 카페는 디카페인 커피를 팔지 않는다.
"여기는 디카페인 커피 없어."
"그래도 한 번 물어봐. 있을 수도 있지."
"아니야, 여기는 디카페인 커피 없어."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주문하려는데 남편이 불쑥 사장님께 여쭤본다. "혹시 여기 디카페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나요?" 아이참, 없다니까. 내가 여기 한 두 번 오나. 메뉴판에도 안 쓰여 있는 걸?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참 놀랍다. "네. 디카페인 커피도 있어요. 디카페인 원두가 다양한 맛이 없는데 저희 집에 들여오는 건 그래도 먹을만하실 겁니다."네? 네?? 디카페인 커피가 있다고요?"
그동안 커피가 먹고 싶을 때면 굳이 차를 타고 먼길을 돌아 디카페인 커피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렇게 코 앞,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단골 카페에 디카페인 커피를 팔다니. 물어보기. 그 쉬운 일은 왜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내가 좋아하는 온도로 더 뜨겁게 데워진 디카페인 카페라테 한잔이 테이블에 놓였다. 모락모락 포근한 김이 올라온다. 메뉴에 없는 건 당연히 주문 못할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인데 왜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을까? 사장님 혹시 디카페인을 파실 계획이 있나요? 정도는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만이 아니다. 나는 늘 물어보기보다 혼자 생각하고 단정 지어버렸다. 똑똑똑 두드리기보다 쾅하고 먼저 문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놓쳤을 수많은 기회들을 떠올렸다. 물어보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분명 많았을 것이다.
올해엔 잘 물어보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다고 질척대는 사람은 되지 말고. 아니면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툭 물어봐야지.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작고 귀여운 용기를 충전한다.
그리고 놀라운 일! 내가 자주 가는 다른 카페에도 메뉴판에 없는 디카페인 커피를 팔고 있었다. 역시 일단 물어보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