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잠옷을 언제 샀더라.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손가락을 하나씩 굽혀 세어보니 벌써 6년이나 되었다. 아침마다 사 마시는 커피 우유도 대학생 때부터 즐겨마셨으니 10년이 훌쩍 넘었다. 시간은 익숙함으로 빠르게 흘러 오래된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
비슷한 듯, 익숙한 듯, 당연한 하루가 어느 날 불현듯 모습을 바꿨다. 며칠 동안 몸이 안 좋았다. 코로나라고 생각하며 검사를 받고 약을 지어먹었다. 내 예상은 틀렸다. 임신이었다. 입덧이 심해 내리 쏟아내기만 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내 예상이 맞았다. 코로나에 걸렸다. 입덧과 코로나의 환상적인 콤보로 침대 신세를 면할 수가 없었다. 임신 중이니 제대로 된 약을 쓸 수도 없고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을 겨우 넘기고 격리 해제가 되어 병원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교통사고가 났다. 잠옷과 함께한 6년보다 훨씬 긴 한 달이었다.
성난 파도를 잠재우는 건 시간뿐이었다. 한껏 웅크리고 고통이 시간 속에 녹아들기만 기다렸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걸 알지만 모든 것이 참으로 더뎠다. 아무리 잠을 자도 아침이 오지 않았다. 똑딱똑딱 제자리걸음만 하던 시간이 움직인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드는 하루가 다시 찾아왔다. 그토록 지루하다 치부하던 평범한 하루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주었고 뱃속 아이가 무사한 덕분에 내 마음도 빠르게 일상을 돌아왔다.
잠옷과 커피우유와 함께 보낸 시간을 헤아려 볼 정도로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돌아올 수 있는 시간들이어서 참 다행이다. 다시 심심한 시간이 왔다. 심심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도 별일 없이 나는 심심하고 내 곁에 오래된 것들이 잔뜩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