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이 직장을 때려치울 수 있을까 곱씹고 곱씹는다.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보낸다는 것은 상당히 불행한 일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볼까, 창업을 해볼까, 일단 때려치우면 무슨 수가 생기지 않을까. A부터 Z까지 온갖 망상을 늘어놓다가 역시나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힌다. 이 쥐꼬리만 한 월급이 없다면 당장 어떻게 살까.
티끌을 차곡차곡 모아 아플 때 병원도 가고, 철마다 자라는 아이 옷도 때맞춰 사주고, 일주일에 몇 번쯤은 먹고 싶은 음식도 사 먹었지.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것도 못 사주고, 주말 외식조차 사치로 느끼며 살고 싶지는 않다. 역시나 끝은 이렇다. 이런 인간이라 구시렁대면서도 십 년째 열심히 다니나 보다.
얼마 전 아이의 병원 검사비가 백만 원이 넘게 나왔다. 꼭 해야 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하면 안심이 되는 검사였다. 내 일이라면 고민했을 테지만 아이 일이기 때문에 나와 남편은 망설임 없이 검사를 진행했다. 시간을 내어 병원에 올 수 있고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내 형편에 감사했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삶의 현장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 이 일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 여기가 아니면 어디에서 나에게 꼬박꼬박 월급을 줄까. 내 그릇은 딱 이 정도일지 몰라. 어딜 가도 여기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고.
삶이라는 것은 생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이 합리화가 당분간은 좀 효과가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