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겨울방학이 시작한다. 아이와 무얼 해볼까. 거창하기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걸 고민했다. 그래, 줄넘기를 하자.
좋은 엄마가 되어보겠다며 호기롭게 내 줄넘기도 함께 주문했다. 어른용 보라색 줄넘기와 어린이용 파란색 줄넘기가 현관문 옆에 나란히 걸렸다.
방학 첫날, 줄넘기를 들고 아이와 집을 나섰다. 막상 줄넘기를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줄넘기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줄넘기를 배우는 아이에게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 훈수를 두었는데 엄마 체면이 안 서면 어쩌지. 하나, 둘 줄넘기를 시작한 아이 옆에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시간을 끌어본다.
큰맘 먹고 첫발을 뛰는데 역시나 걸렸다. 흠, 걸리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 입버릇처럼 아이에게 하던 말을 되새기며 다시 점프. 걸려도 다시 점프. 그렇게 10개를 채우고 나니 조금씩 감을 찾았다. 그러나 체력이 문제. 누가 내 아들 아니랄까 봐 아이도 헉헉대고 있다.
“어서 하자. 100개는 해야지.”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근엄하게 말했다.
“걸리게 뭐가 문제야. 다시 시작하면 되지.”
자꾸 걸린다며 투덜거리는 아이에게 한마디 덧붙인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건 나지만.
차곡차곡 모아 드디어 99, 100! 첫날 목표를 달성했다. 아이와 끌어안고 숨을 골랐다. 누가 보면 마라톤 완주라도 한 줄 알겠다.
역시 남 일에 참견하는 건 쉽지만 직접 하는 건 어렵다. 줄넘기가 줄과 상체, 하체가 협응 하는 고차원의 운동이라는 걸 해보니 알겠다. 그동안 쉽게 말해서 미안하다. 아들아
차근차근하다 보면 끝이 온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하나씩, 하나씩 넘다 보면 언젠가 100이 된다. 줄넘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그러니 너무 겁내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