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길 외길 같지만 얼기설기 얽힌 거미줄일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의 점들을 다른 이의 인생에서 발견할 때 느껴지는 그 찌릿한 설렘이란.
떡볶이를 좋아한다. 그것도 무척이나. 가장 잘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떡볶이. 유명하다는 떡볶이집은 꼭 가봐야 한다. 여행을 갈 때도 컵에 든 떡볶이가 컵라면만큼 중요하다.
그런 내가 <아무튼, 떡볶이>라는 책을 안 볼 수가 있나. 떡볶이 애호가라면 필독서라며 책을 펼쳤다. 저자는 가수이자 작가인 요조 님.
책 한 권으로 일면식도 없는 그분을 몇 십년지기 절친처럼 친근하게 느낄 줄이야. 그녀의 생활 반경과 내 생활 반경이 비슷한 건지, 떡볶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서인지 책 속에는 내가 아는 곳들이 자주 나왔다. 아, 떡볶이를 열심히 먹은 보람이 있구나.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떡볶이집은 <박군네 떡볶이>다. 이 떡볶이집은 아마도 박 군이 운영하려나? 그건 잘 모르겠지만 주인 또는 직원을 부르려면 "박는구나"라고 크게 외쳐야 한다. 생전 처음 보는 분께 사장님, 이모님도 아닌 "박군"이라니. 동방예의지국에 뼈를 묻고 있는 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잊고 있던 이 떡볶이집을 <아무튼, 떡볶이>에서 다시 만났다. 갓 취직을 했을 무렵, 대학 친구들과 자주 만나던 곳이 홍대였다. 4년 내내 붙어 다니며 고등학생 인양 낄낄댔었는데 이제 직장인이라는 새 이름 아래 낯선 이들과 한솥밥을 먹으려니 하소연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만나 홍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맛있는 떡볶이 또한 주력 메뉴였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박군네 떡볶이>. 주문하려면 "박군"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당혹스럽게 느껴졌었는지.(지금이라면 호탕하게 웃으며 크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서로 미루며 웃어대던 그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맞아, 그런 때도 있었지. 그때 쏟아내던 불평과 불만, 앞날에 대한 불투명함과 익어가는 연애, 그래도 아직은 창창한 나이라 자부하던 그런 때가 있었지.
책 속 떡볶이집으로 다시 만난 내 청춘은 풋사과처럼 싱그러웠다. 아련하니 아름다웠다. 하지만 애석하게 이 떡볶이집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책에 쓰여 있었음) 뭐, 열었다고 해도 홍대까지 갈 길이 멀고 다들 생업과 육아에 바쁜 터라 다시 가기도 힘들지만 폐업 소식은 아쉽다.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과 언제라도 갈 수 없다는 것의 심리적 간극은 매우 크다.
이미 사라진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유대감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사라진 것은 더 애틋해진다. 그래서 내게 요조 님이, 박군네 떡볶이가, 아무튼, 떡볶이라는 책이 특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