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어쩌면 그렇게 촌스러웠는지, 어쩌면 그렇게 용감했는지 모르겠다. 그게 진짜 나였을까. 내 기억이 확실한 건지 의심이 들 만큼 낯설기만 하다. 아무것도 몰라서 용감했던 그 시절, 분홍색의 촌스러운 패션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때의 나는 언젠가 내가 뭐라도 될 거라 믿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았고 인생의 비극은 남의 이야기 같았다. 그렇게 호기롭던 시절이 쌓이고 쌓아 평범한 오늘이 되었다.
오늘의 나는 다가올 파도를 기다리며 몸을 한껏 낮춘다. 굵직한 비극과 소소한 희극 속에서 균형 잡는 것이 세상을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평범한 소시민을 꿈꾼다. 그렇게 큰 기대도 큰 절망도 없는 매일 속에서 가끔은 젊고 무모한 내가 그립고 가끔은 다가올 슬픔들이 두렵다. 그리고 이 모든 상념은 곧 사는 일에 묻혀 자취를 감춘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먹고사는 일에 바쁘고 평범하게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나를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을까. 어쨌거나 그때의 나나 지금의 나나 모두 나이지만 왜 이렇게 이질적인지. 그때의 내가 조금은 부끄럽고 조금은 부럽고 조금은 멋지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도 지나고 나면 대견하게 느껴질까.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았구나 하며 자랑스러울까.
미래의 나는 또 달라지겠지. 지금보다 더 차분하고 원숙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였으면 좋겠다. 두려운 앞 날도 미래의 나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 지금의 나보다 더 단단히 굳은살이 박힌 그녀와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살아가는 일이 조금은 수월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