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콜요청금지 Mar 01. 2017

봄철한정딸기타르트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과

읽으려고 했던 책과

읽다 만 책이 손 닿는 곳에서 딩굴거리고 있는데,

그 중 아무것도 읽어낼 기운이 없어서..

읽기 쉬운 책을 손에 들었다.


봄과 딸기와 타르트와 사건이라니. 말랑말랑하지 않을 수 없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야경' 이라는 미스터리 단편집을 보고 참신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소재와 글이 맘에 들었던 기억이어서, 온라인 서점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이 작가의 책을 몇권 발견하고 구매해봤다. '왕과 서커스' 라는 다른 미스터리 책 한권도 함께 구매했는데 실제로 일어난 네팔 왕실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재가 신선해서 재밌게 읽었지만 가슴에 콕 박히는 책은 아니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실은 '고전부' 시리즈라고 불리는 학원 탐정물로 사랑을 받는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고전부' 시리즈와는 별개의 '소시민' 시리즈로 참견하기 좋아하는 고등학교 1학년생 소년 고바토와 집념이 강한 소녀 오사나이가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게 사는 것을 목표로 협력하지만 사건에 자꾸 휘말리고야 마는 이야기이다.


사건은 딱히 봄과 딸기와 타르트와는 관련 없지만, 달콤한 디저트 까페를 좋아하는 오사나이 덕분에 예쁜 표지와 달달한 제목을 갖게 된 책인 듯.


자고로 소시민에게 텔레비전은 보는 것이고 신문을 읽는 것이다. 출연이나 게재라니 어불성설. 제대로 쓰일지 의심스러운 인터뷰에 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남의 업무를 방해해서 원망을 사는 것 또한 소시민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문제다.
- p.22 <양의 탈>
"안돼, 오사나이. 도둑맞은 물건은 돌아왔잖아. 만족해야해. 그 이상 생각해서는 안 돼. 흘려보내. 소시민이 되겠다고 약속했잖아. 소시민이라면 여기서 억울함을 참아야 해."
(...)
"하지만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아무 짓도. 그런데! ...... 그래, 들어봐, 고바토. 이런 건 어때?"
"뭐가?"
"고바토는 소시민에게 가장 소중한 덕목이 뭐라고 생각해?"
단박에 대답했다.
"현재 상황에 만족할 것."
오사나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소시민에게 가장 소중한 건...... 사유재산의 보전이야."
- p.227 <고독한 늑대의 마음>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지는 소설. 가벼운 장르지만 문장과 스토리는 앞뒤가 잘 맞아 완성도 있고, 소재도 사소하긴 하나 진부하지 않다. '소시민' 시리즈나 '고전부' 시리즈를 몇권 더 읽어볼까 싶다.



이게 한계다. 모처럼 비어있는 시간이 났는데도 앞에 닥쳐있는 일 외에 어떤 고민을 진지하게 해낼 기운도, 생각이 필요한 문장을 넣을 머릿 속 여유 공간도 없다. 지금 이 시간들이 나에게 갖는 의미와 가치와 영향은 이 시간이 모두 지나고 나서야 평가할 수 있으리라,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은 도무지 모르겠다. 잘하는 건지, 잘해내고 있는 건지, 이 방향이 맞는 건지. 나는 왜 맨날 모르겠기만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빅데이터의 다음 단계는 예측 분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