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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Jan 07. 2022

TED | 우리는 왜 일하는가

오너와 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


몇 년 전 일인데, 팀 동료가 이직하기로 해서 인사 차 마련된 팀원들끼리의 티타임 중에, 지금의 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생활에서의 가치가 화제로 올랐다. 그때 나는 덜컥, 나에게도 질문이 올까 긴장이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돈 때문에 일하는 거죠’라고 옆에서 말을 보태었지만 이때 나는 아직 그 질문에 정식으로 답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에게 직접적인 질문이 오진 않았지만,
아마도 바로 대답을 해야 했다면 난 무엇이 제일 먼저 생각났을까?


돈 때문에 일한다는 말의 일부는 정말 맞다. 나에겐 평생 놀아도 좋을 만큼의 재산과 다른 기대소득이 없으니까, 경제적인 소득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중에서 금전적 보상이 얼마만큼의 지분을 차지할까. 나는 한 번의 이직을 실행한 적이 있는데, 옮겨간 두 번째 직장의 급여소득이 첫 번째 직장의 마지막 해를 넘어선 것은 이직 후 4년이 지나고 나서였다(슬프게도). 하지만 지금도 이전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물론 그 첫 번째 직장에 아직까지 남아있을 수도 없었을 것 같지만). 그런 마음인 걸 보면 나에게 금전적 보상은 일을 선택하는 기준의 전부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즉,  금전적 보상은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지만 금전적 보상의 규모 가 나에게 우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에서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유시장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가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는 보상 때문이고, 보상이 같다면 사람은 허용하는 한 가장 해이하게 일할 것 이라고 주장한 이래, 현대의 일을 하는 방식은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보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일의 의미를 고민하고 자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태도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셈이 되고 이는 성과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오히려 고용주가 효율성보다는 다른 사회적 가치 등을 추구하고자 일의 의미와 동기부여에 대한 자유도를 높였을 때 피고용인들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진 사례들도 많다는 것이다.


만족스럽고 심지어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 자체가 조금 어렵고 다양한 특성을 지니며 매력적이어야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일이 당신에게 기술을 사용하고 더 많은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준다면 도움이 된다. 또한 일을 하는 방식에서 당신이 재량권을 지니면 도움이 된다. 당신이 존경하는 동료들과 한 팀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약 그 일이 아무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으며 당신이 하는 일에 의미와 목적의식을 부여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p.57 <2장. 일이 좋은 경우> 중에서


위 내용은 이 책에서 언급한 만족스러운 일의 조건이다. 흔한 회사 건강검진에 포함된 직무스트레스 검사의 항목과도 비슷하다. 일의 자유도, 성장 여부, 동료, 사명감 등. 일이 만족스럽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 중에도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일의 의미와 목적의식을 부여하는 것인데, 오히려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면 일이 가졌던 본연의 가치까지 격하시키고, 금전적인 보상의 기준으로만 일을 판단하게 만든다.


급여 외에는 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직 급여를 위해 일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일하는 이유에 대한 스미스의 잘못된 생각은 진실이 되었다. (중략) 당신은 어쩌면 애덤 스미스의 생각에 동의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본래 일이란 급여가 전부이며 그 이상의 것이 아니라고 당신은 생각할 수도 있다. 오직 '엘리트'들만이 일에서 도전, 의미, 몰입감을 찾으려 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서 그런 것들을 기대한다고 말이다. 이 생각은 상당히 오만할 뿐 아니라, 틀린 것이다. 청소부, 공장 노동자, 콜센터 직원 등, 보통 우리가 시시한 일이라고 여기는 일을 하는 사람들 다수가 임금 외에도 많은 것을 신경 쓴다. 반대로 전문직 종사자 중 상당수는 오직 돈 때문에 일한
-p.24 프롤로그 중에서


아래는 책에 언급된 일하는 사람의 세 가지 부류이다. 그 사람이 일을 대하는 태도에 의해서 구분될 수 있지만, 일터가 제공하는 환경이 사람들의 태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재량권, 몰입, 의미 등.


1. 자신의 일을 '생업'으로 보는 사람

자유재량권을 거의 누리지 못하며 최소한의 정도로만 일에 열중하고 의미를 느낀다.

돈 때문에 일하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주저 없이 직업을 바꾼다.

빨리 은퇴하고 싶어 한다.


2. 자신의 일을 '직업'으로 보는 사람

더 많은 재량권을 즐기고 더 많이 열중한다.

자신이 하는 일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출세, 승진, 더 높은 연봉, 더 나은 위치로 나아가는 데 관심이 있다.


3.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보는 사람

일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부류이다.

이들에게 일은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이며, 그 일을 하는 것 자체로 기뻐한다.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믿는다.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세심하게 고안된 인센티브 제도는 종종 그 반대의 결과를 낸다. 예를 들면 직원들 간에 경쟁이 일어나거나, 급여와 보너스를 할당하기 위해 어떤 측정방법이 사용되든 실제로는 그 방법이 의도한 중요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그저 그 시스템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애쓰는 이만 생기는 점 등이다.
-p.92 <3장. 좋은 일은 어떻게 나쁜 일로 변하는가> 중에서


이 이데올로기를 물리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일터에서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게으르고 이기적인 사리사욕 추구자들이 될 것이다.
-p.159 <4장. 아이디어 기술> 중에서


사람들이 일에서 급여와 경제적인 보상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런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직장과 사회가 점점 더 성과 보상 주의로만 치우칠 때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일의 의미와 헌신 같은 가치들은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고 이데올로기가 더 견고해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아... 이 책의 전개는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삶으로서의 일> 과 비슷하지 않은가.

<삶으로서의 일> 에서는 사람의 삶에서 일하는 시간만을 분리(a.k.a. 워라밸)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 자체를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터의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 얘기했다면,

<우리는 왜 일하는가> 라는 이 책에서는 사람들은 의미를 이해하는 일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을 우선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가치 있게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헌신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직장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곳으로 여기도록 개인과 직장 모두 노력해야 한다 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가 자꾸만 사람들은 오로지 돈만 원하는 것처럼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다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런 포인트도 <삶으로서의 일>에서의 오늘날 교육이 돈을 빨리 잘 버는 교육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지적과 유사한 점이다.



그렇다면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 회사 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뭘까.


내가 생각하는 나에게 의미있는 일은 좋은 사람들과 티키타가(중요!) 하면서 세상에 유의미한(편리한, 돈을 버는, 약자를 배려하는) 성과를 손수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참을 고민했는데 역시 나는 그럴 때 일이 가장 즐겁고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의미가 있게 느껴지더라.


요즘은... 다 좋은데 손수 만들지 못해서 그게 참 고민이다 ㅠㅠ 자꾸 매니징 일의 덩치가 커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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