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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Feb 15. 2023

인구대역전

인플레이션이 온다

연령별 인구분포의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연구한 결과를 상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비전공자도 읽을 수 있는 인문학 서적이지만 책이 두껍고 경제학 용어와 그래프도 많아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문장이나 단락이 잘 읽히는 점을 보면 번역이 꽤 잘 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인 거시금융전문가 찰스 굿하트와 마노즈 프라단은

출산율이 줄고 수명이 늘어나는 인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들게 되고, 노동자의 임금 협상력이 늘면서 노동 임금의 인플레이션이 커지고, 생산보다 소비가 큰 상태이자 공급보다 수요가 큰 상태가 되면서 물가의 인플레이션이 더 커지고, 저축보다 투자/소비의 비중이 올라가면서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를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세계 경기가 안정적으로 성장했던 데에는

지금까지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노동인구의 급증과 세계화를 통한 국경을 넘나드는 저렴한 노동력 공급의 뒷받침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앞으로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노동력이 감소하면 지금까지의 안정적인 경제성장 분위기를 뒤바꿀 수 있는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더 이상 세계화보다는 자국 내에서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보호무역 성향도 변화의 방향성을 더 강화하게 될 것이다. AI와 자동화의 발전이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긴 하겠지만 노동인구가 소비인구를 부양하는 비율의 증가에 비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이 책은 예측하고 있다.



출처: SGIS 통계지리정보서비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의료비 지출은 크게 늘어나지만(소비 증가), 실질 은퇴연령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올라가고 있지 않고(생산 증가는 미미함), 연금 수취 연령도 투표율이 높은 고연령층의 반대로 정부에서는 충분히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연금이 잘 보장된 나랏일 수록 은퇴연령이 낮게 유지된다(생산 대비 소비 증가).


간단히 말하면, 부양인구비 감소는 디플레이션적이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고용하는 행위 자체가 수익성이 맞지 않을 것이다) 반면, 피부양자들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기 때문이다. 부양인구비가 세계 전역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면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인플레이션적인) 피부양자가 디플레이션적인 노동자를 넘어설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다.
-p.30 <1장 들어가며> 중에서


노년층은 청년층보다 투표 성향이 훨씬 더 높다. 따라서 노년층이 당연한 보상이라고 여기는 연금을 줄이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p.97 <3장 인구변동의 대역전과 성장에 드리운 그림자> 중에서


단위노동비용 상승과 노동의 상대적인 협상력 강화로 기업의 수익성이 1980~2020년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당시는 세계화와 인구변동, 용이한 자금조달로 자본가의 천국과도 같은 여건이 형성되었다. 그 좋았던 시절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미래에 자본가가 수익성을 확보하기란 한층 더 힘들어질 것이다.
-p.148 <5장 인플레이션의 부활>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인구가 공급되었던 동유럽 또는 동아시아도 역시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추세가 시작되었으며(특히 기여도가 높았던 중국은 2012년에 이미 정점을 찍고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중), 다음 후보가 될 인도나 아프리카는 노동인구의 증가 대비, 국가의 행정력이나 정치, 사회적 인프라가 이를 잘 공급하기에 충분히 효율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일본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에 접어든 나라였지만 그동안은 세계적으로 노동력이 잘 공급되는 시기였으므로 그 타격을 바로 입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노동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노동자의 임금 협상력이 높은 상황임에도 회사에서 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자는 낮은 임금을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임금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지속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노령화와 낮은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세계의 노령화에도 동일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주된 주장은 실질 생산의 지속적인 성장과 디플레이션 순풍이 공존한 추세가 전개된 요인은 인구변동과 세계화였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노동 공급에 역사상 가장 큰 상향 충격이 발생했다. 이 맥락에서 거의 불가피하게, 자본과 상호 보완적인 숙련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노동이 받는 실질 보상이 감소했다. 반면 자본의 이익은 증가하고 수익성도 향상되었다.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과 이민 유입의 위협 속에서 노동은 점점 협상력을 상실했다. 이런 가운데 자연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p.352 <14장 주류를 거스르기> 중에서


그러나 봉쇄가 해제되고 회복이 시작되어 대대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확장이 실행된 이후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전쟁 이후 상황이 그렇듯, 인플레이션이 밀어닥칠 것이다. 2021년 물가 상승률은 5%가 넘고, 심하면 10%대로 올라설 듯하다(코로나가 2020년 말에 누그러진다고 가정할 때). 팬데믹이 종식되기까지 오래 걸릴수록 실물경제의 회복력과 인플레이션 압박이 덜 강할 것이다.
-p.364 <후기 |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불완전한 미래> 중에서


이 책의 원고는 코로나 팬데믹을 예견하지 못한 상태였던 2019년에 쓰였는데, 작가 후기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정말로 요즘의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보면 이 책의 예견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거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기름을 붓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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