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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Feb 22. 2023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저출산, 저성장 기대를 맞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

아직 2월이지만,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인 책이다. 일본의 사상가이자 교육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작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는 국가로서 일본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포함해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요즘 인구 고령화와 사회 변화에 대한 책이나 영상을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타당성 있는 분석과 함께 이상적으로 접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는 실용적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관적인 미래를 예측하고 입에 담는 순간, 그때까지의 실패와 부작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울 것을 강요당합니다. 그런 책임을 지고 싶지 않고 그런 일을 떠맡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비관적인 일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빨리 실패를 인정하고 사회 전체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노력한 인간에게 오히려 책임을 추궁합니다. 집중적으로 비난 공격을 쏟아붓고, 사죄와 해명을 요구하고 '확실하게 책임'을 지라며 위협합니다. 이것이 일본 사회의 방식입니다.
-p.27 <서론_문명사적 규모의 문제에 직면한 미래 예측> 중에서

일본이 아닌 한국 사회라고 이와 다를 것 같진 않다.


세계적 규모의 인구 감소와 인공지능의 도입과 탈세계화('OOOO 퍼스트')와 같은 자국 우선주의)가 산업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어느 나라도 더는 경제적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도 러시아도 중국도 일본도 터키도, 정치가들은 대외적 모험주의를 바탕으로 열심히 적대적인 지정학적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국민이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p.34 <서론_문명사적 규모의 문제에 직면한 미래 예측> 중에서


선진국의 저출생은 환경수용력을 늘려도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인류 역사 최초의 사태다. 현재 저출생은 일부 선진국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범위가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면 적어도 현재와 같은 형태의 세계 자본주의는 종언을 맞이할 것이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살아 있는 인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p.70 <1_인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중에서


참고로 도쿄도의 경우 (중략) 전국적 수치보다 출생률이 낮아 평균 이상으로 저출생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고도성장기 이후의 반세기 동안, 도쿄도에 흘러든 젊은이들은 지방에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손을 남겼다는 뜻이다.
(중략) 출생률이 현저하게 낮은 도쿄도에 젊은이들이 집중되면 될수록 그들이 남기는 다음 세대의 인구수도 줄어들어 결국 일본 전체의 인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p.122 <3_인구 감소의 실상과 미래의 희망> 중에서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생률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중략) 시장화와 핵가족화는 결혼해서 가족을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일본인의 가족관을 바꿔놓았다. 돈만 있으면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족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안전보장이었다. 그러나 시장화의 진전으로 많은 사람들은 돈이야말로 안전보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143 <4_인구 감소가 초래하는 윤리 대전환의 시대> 중에서


그렇기에 우리는 사고방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실업 중인 사람이 평일 낮에 영화관이나 극장에 찾아주면 "실업 중인데도 극장을 찾아줘서 고마워요.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어서 고마워요. 그렇게 하는 편이 최종적으로 행정과 사회의 비용도 위험요소도 경감되니까요"라고 말이다. 또는 생활보호세대가 콘서트홀에 오면 "생활이 어려운데도 음악을 들으러 와줘서 고마워요.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아서 고마워요"라고 생각하는 사회를 만드는 편이 최종적으로 사회 전체의 부담이 경감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문화를 통한 사회 포섭'이라고 부른다.
(중략) 일단 인간이 고립되면 행정은 말 그대로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공적인 기관과의 접점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립된 사람들 가운데 일정수가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범죄를 저지르거나 또는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른다.
-p.212 <7_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 자치단체는 사라진다> 중에서

ㄴ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육아 중인 엄마들에 대한 시선과 다르지 않다.


그 밖에 다양한 의견으로

유연한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건축 분야의 사회적 기여,

도시 소비자와 농어촌 생산자 간의 관계 맺음을 통한 사회의 활력 촉진,

인간을 노동인구 이자 생산기계로 보는 경영자적 시선의 거부,

경제적 사양의 시대에 안전보장을 위한 외교적 자세

등을 노령화 시대를 잘 지내기 위한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인구 감소 사회를 위험하다고만 생각해서 위험회피, 현실외면의 방어기제를 가질 것이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보고 이를 잘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보다도 인구 고령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이라, 일본 지성인들이 일본의 대비를 촉구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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