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카플란
2015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책인데, 한국에 번역본은 올해 들어 AI관련 서적이 쏟아지는 와중에 이제야 출간되었다. 기술 발전 특히 AI기술의 산물을 인조지능과 인조노동자로 구분해서 사회적으로 시장과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컴퓨터 학자 에츠허르 데이크스트라가 남긴 말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잠수함이 항해를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성 친구를 주선해 주는 웹사이트나 잔디를 깎는 로봇이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수행하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 그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주어진 일을 더 빨리, 정확하게, 더 적은 비용으로 해낸다는 점이 의미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갑작스럽게 발전된 AI기술이 등장하는 상황을 보면서 기계가 생각을 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나 생각의 정의가 무엇인지, 인간과 기계의 생각을 동등하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는 다양한 관점과 그에 따른 지루한 논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답이 없는 질문에 답을 구하기보다는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와 형태를 구체화해서 인정하고 어떻게 잘 이용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인간은 빨리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컴퓨터 과학자 재론 레니어가 깊은 혜안에서 '사이렌 서버'라고 이름 붙인 것들은, 개개인의 욕구에 맞춘 단기적인 유인책을 상황별로 제공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혀 흥미가 없는 일을 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할 것이다. '한정판매'나 '총알배송'이라는 참기 힘든 유혹에 눈이 멀어, 지금껏 소중히 간직해 온 생활 방식이 점진적으로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지 모른다. 오늘 밤에 온라인으로 전기밥솥을 주문하면 내일 바로 배송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집 근처 소매점들이 점차 문을 닫고, 이웃들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는 가격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 <들어가며> 중에서
2010년 5월 6일, 미국 증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9퍼센트나 폭락했는데, 그 대부분이 채 몇 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벌어졌다. (중략)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6개월 가까이 걸린 조사 끝에 진상을 규명했는데, 그 조사 결과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식 보유자를 대신해 주식을 사고파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상충되면서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정부 당국자들은 초단타매매 프로그램이 깔끔히 정리해서 잘 돌아가는 정돈된 시장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의 막대한 이동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심지어는 그들의 부를 은근히 공경한다. 뉴욕 북부 부유한 동네를 돌아보면 속사정을 알 수 있다. 멋스럽고 흥취 있는 동네에는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임원들이 모여 산다. (중략) 한편 이스트 할렘에 있는 타겟 백화점에서는 계산대에서 사탕을 팔면서 하나에 1센트도 안 되는 마진을 챙긴다. 누군가는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 <CHAPTER 3 소매치기 로봇> 중에서
인조지능이 그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분야를 맹렬히 잠식하고 있는데, 이들은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에 관한 의식이 없기 때문에, 사회에서 혐오스럽게 받아들일 만한 행동을 일삼는다. 예를 들어 다른 누군가가 주차하려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데 먼저 가서 자리를 빼앗고, 태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마트에 있는 배터리를 싹쓸이해 가고, 신호등 앞 보도에 마련된 경사로를 막아서서 휠체어 탄 다른 사람이 못 지나가게 하는 것 등이다.
- <CHAPTER 4 신이 분노하다> 중에서
더 많이 일하고 돈을 더 벌 기회가 있다면 사람들은 과연 일을 더 많이 할까? 아니면 그들은 지금 그대로의 일과 생활의 균형에 만족하고 있을까? (중략)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1995년의 가구별 소득 평균은 5만 1719달러였다. 그리고 2012년에는 5만 1,758달러로 사실상 변화가 없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의 실소득 평균은 같은 기간 약 14퍼센트가 상승했다. (중략) 같은 기간 한 가구에서 일을 하는 성인의 수는 평균 1.36명에서 1.25명으로 8퍼센트가 줄었다는 사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중략) 타당한 설명을 한 가지 내놓자면, 사람들이 일을 해서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서 가구 구성원 전체적으로 따졌을 때 예전보다 일을 덜하기로 결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다면 신체 건강하고 혈기 왕성한 일할 수 있는 모든 미국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추측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 <CHAPTER 9 해결책은 있다> 중에서
기술 발전으로 1인당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생산 인구는 더 이상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노동 의욕을 부채질하던 동력도 주춤해졌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부는 어디로 분배될까. 소득의 양극화는 미래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거나(창조적인 일이나 예술의 생산은 기계로 대체될 수 없을 꺼라 생각했지만 요즘의 GPT를 보면 제일 쉽게 대체되고 있어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기계 대비 인건비가 저렴한 일에 대한 일자리만 주어질 것이고, 사람이 기계를 부리는 건지 기계가 제한된 영역에 사람을 허용하는 건지 모를 세상이 올 것 같은 무시무시한 생각이 든다.